"나는 산행에서 이대통령의 소탈함을 보았다."
  • ▲ 북악산 정상에 올라 출입기자와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이명박대통령ⓒ연합뉴스
    ▲ 북악산 정상에 올라 출입기자와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이명박대통령ⓒ연합뉴스

     

    이명박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20일 청와대 뒷산을 올랐다. 취임 3주년(225)을 앞두고 이뤄진 출입기자들과의 첫 산행이다. 얼마 전 이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오른 같은 산이다.

    이대통령과 산행을 함께 하는 내내 드는 느낌이 있었다. ‘격의없다는 것이다. 달리 소탈하다는 표현과도 맞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이날 산행에는 출입기자들과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 등 150여명이 함께 했다. 산길이라는 게 구불구불한 외길을 가다 쉴 만한 터가 나오면 쉬기도 한다. 이대통령은 이 길을 따라가며 그만의 소탈함을 보여줬다.

    좁은 외길에서 카메라 기자들이 중심을 잃자 이대통령은 한마디 했다. “경호원들은 내 옆에 붙지 말고 사진기자 옆에 붙어요라고 말이다. 대통령 자신의 경호보다 무거운 장비를 든 카메라 기자들의 안전이 우선해 보였는가 보다. 

    테니스로 단련된 이대통령의 체력은 누구나 인정한다. 어제(19)도 테니스 유망주인 18살 대표 선수와 테니스를 함께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정사정 안 봐 주더란다. 이대통령은 그게 G20 세대의 특징이야라며 오히려 반가운 눈치다. “우리(세대)는 한국에서 1등 하려고 우리끼리 싸웠는데 (그들은)세계 1등을 목표로 하거든이라고 말했다.

    이대통령의 체력은 이날 산행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거침이 없이 산을 오르고 내린다. 오히려 기자들의 체력을 걱정하는 이대통령이다.

    쉴 때는 자신 곁으로 바짝 붙으라고 채근했다. 그래야 사진에 한 번이라도 더 나온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발을 모아 앞으로 내밀었다. 더 가까이 오려거든 그 발을 깔고 앉으라는 뜻이다. 오이를 먹다, 없는 사람들에게 잘라 던져 줬다. 건네주는 폼이 자연스럽다.

    오이 얘기가 나오자 물가가 화제로 떠올랐다. 기름 값이 100달러를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두어 차례 언급했다. 누군가 커피값도 올랐다고 말하자 커피는 기호식품이니까 세잔 마실 것 두잔 마시면 되지만 오이는 그렇지 않으니 오르면 안될 텐데…” 한다.

    안경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언젠가 한 안경점을 지나는데 주인이 고맙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얘기인즉슨 이대통령이 쓴 안경이 대통령 안경이라고 해서 불티나게 팔렸다는 것이다. 이대통령은 내가 가끔 스타일을 바꿔야겠어. 그렇게 기여를 해야지하고 웃었다.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으면서 지지율 생각이 나지 않느냐는 말에는 목소리가 단호하다. “난 그렇게 정치하지 않아요.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라는 식이다. 이대통령 스스로 일에 목표를 세우고 할 뿐 포퓰리즘에 빠지고는 일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대통령의 소탈함은 부분 개방돼 청와대 뒤 숙정문까지 오르게 된 등산객들과의 만남에서도 드러났다. 흑 먼지 휘날리는데도 등산객들과 사진 찍고 얘기하느라 갈 길이 더뎌졌다. 아이들과는 일부러 찾아서 사진 찍고 같이 사진 찍자는 사람들에게는 거절이 없다.

    분명 이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우리 나라 대통령의 직위에 권위라는 덧옷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민주주의도 진일보 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길은 뒤로 되돌려 질 수 없다는 생각을 대통령과의 짧은 산행에서 가져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