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는 지도자,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겨야"
  • 지난달 28일 구제역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지도자가 욕을 먹는 건 불행한 일"이라며 "선진국 진입을 막는, 욕 먹는 지도자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는 가시 돋힌 발언을 해 주목된다. 유 장관은 유일한 '친박계' 장관으로 잘 알려진 인물.

  • ▲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 장관은 지난 15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Korea CEO Summit(코리아씨이오써미트·이사장 박봉규) 주최, 창조혁신경영아카데미 CIMA 9기과정 1차수업 특별강연에서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선 제도와 의식이 다 중요한 데 제일 중요한 건 지도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면서 "결국 지도자의 역할에 따라 선진국 진입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선진국은 70%가 남을 믿는 '신뢰 사회'가 구축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30%도 남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를 위해선 지도자가 먼저 양심적으로 베풀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 나라가 발전하려면 지도자의 솔선수범한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유 장관은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더니 경주 최씨는 12대를 갔다"면서 "이는 '과거시험을 봐도 '진사' 이상은 안 한다', '4방 100리 안에 아사자(餓死者)가 없어야 한다'는 최씨 가문의 철학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분명한 가치와 철학을 지도자가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은 '구제역 사태와 관련, 사임만이 책임의 끝인가? 좀더 장관 자리에 남아 전화위복을 하려는 마음은 없었는가?'란 객석의 질문에 "지난번 사임 얘기는 원인과 결과를 떠나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소신 때문에 내린 결론"이라고 못박은 뒤 "내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으나 자리를 내놓는 순간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부끄러운 지도자가 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백배천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유 장관은 "저는 정치인이지만 남들처럼 정치쇼를 잘 못한다"면서 "이로 인해 때론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저로 인해 정치가 나아지고 좀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