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일간지, 1면 사설서 반정부운동 지지 관영언론 소속 200여명 반 무바라크 시위
  •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30년 통치의 핵심축이었던 관영 언론사들에서도 정권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집트 내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관영 일간 알-아람이 오사마 사라야 편집장 명의의 1면 사설에서 반정부 운동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사라야 편집장은 사설을 통해 이른바 최근 '혁명'의 '고귀함'을 환영하고 정부에 되돌릴 수 없는 헌법적ㆍ법적 변화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국가와 모든 공무원, 구세대, 정치인, 정치권 권력자들은 몸을 낮추고 젊은이들의 포부와 이 나라 국민들의 꿈을 이해하려 스스로를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대 쟁점인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요구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이러한 논조 변화가 아직은 진정성을 띠기보다는 전술적인 것일 수 있지만, 시위 지지자들은 정권 충성파로 유명한 사라야 편집장과 알-아람의 '변신'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라야 편집장은 작년 9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백악관의 레드 카펫 위를 걷는 사진에서 뒤쪽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가장 앞장서서 걷는 것처럼 조작해 게재했다 들통나자 정당한 '표현주의'라고 변명해 야권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사라야 편집장의 심경 변화에는 지난 4일 알-아람 계열 신문사의 아메드 모하메드 마무드(36) 기자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인근 자신의 집 난간에서 사진 취재 도중 비밀경찰로 추정되는 인물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을 수 있다.

    또 이날 관영 매체 소속 언론인 다수가 포함된 이집트 언론인 200여명이 친정부 유력 언론인인 마크람 모하메드 아메드를 둘러싸고 "살인자! 살인자!", "정권의 대변자를 타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카이로 시내에서 모형 관을 메고 반(反) 무바라크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등 시위를 벌였다.

    관영 TV도 그간 반정부 시위대 규모가 5천명 이하이며 그 중 대다수는 외국 언론사들의 돈을 받고 참가했다고 보도하다, 최근 한 간부급 앵커우먼이 항의 표시로 사직한 이후 타흐리르 광장 내 대규모 시위대의 존재를 처음 인정하는 등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 장관직에서 물러난 비냐민 벤-엘리제르 전 이스라엘 통상장관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4일 전 자신과의 대화 도중 "여기는 베이루트도 아니고 튀니스도 아니다. 나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확신하니까 걱정하지 말라"라며 퇴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텔레그래프에 밝혔다.

    다만 무바라크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장할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여전히 퇴진할 수 있다고 본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