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교도'800만명... 정파도 다양앨버라데이, 구심점 가능해도 집권 미지수인터넷도 끊겼다고? 돈 안냈는데도 안 끊겨시위대에 발포 누가? 현지서도 소문만 무성
  • 2.4시위의 폭풍전야의 이집트. 전세계의 관심의 초점이 된 카이로에 살면서 이집트인과 공동출자한 섬유회사의 임원으로 6년째 근무중인 김찬호씨를 통해 현지 소식을 들어봤다.

    이집트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20여년 전부터 무역회사에서 유럽 마케팅 담당업무를 했다. 지금은 이집트인과 한국인이 공동출자한 회사에 참여해 6년째 근무 중이다. 이집트는 섬유분야에서 유럽의 공장이라는 평도 있다. 이집트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이나 다른 중동국가로 수출하는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다. 공장엔 1800명 정도 근무한다”

    -현지에서 보는 이집트 상황은?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져 나라가 어수선하다. 그러나 규모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이다. 외국인에 대한 공격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집트 국민들이 40년간 집권한 무바라크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은 어느 면에서 경제난 영향이 가장 크다. 직접 장을 보면서 느낀 체감물가는 5년전보다 50%에서 100%정도 올랐다. 그런데 급여는 그렇지 못하니 체감 고통이 크다. 국민들이 살기 힘들게 느끼니 시위가 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 ▲ 카이로 시내 외국인거주지역 마아디 지구. 아이를 안은 채 걸어가는 등 주민들은 평화로운 모습이다. 김찬호 씨 제공.
    ▲ 카이로 시내 외국인거주지역 마아디 지구. 아이를 안은 채 걸어가는 등 주민들은 평화로운 모습이다. 김찬호 씨 제공.

    -회사는 영향이 없나?
    “카이로에서 100여킬로미터 떨어져있어 시위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회사도 동요는 없다. 그러나 조업은 24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였다. 교통체계도 영향받고, 주유소 영업도 제대로 안된다. 기름공급이 제대로 안되니 조업을 단축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직원은 시위영향으로 출근을 제대로 못한다.”

    -외국인들 탈출 러시인가?
    “현지 소문으로는 외국인기자 사망설도 나돌긴 한다. 나도 가족을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위험해서라기보다, 학교도 휴교하고 어수선해서 시내에 나가지도 못하니 카이로에 있어도 할 일이 없다. 마침 설날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한국에 보냈다. 또 가족 친척들이 자꾸 전화해 걱정하는 바람에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들여보낸 것이다. 지금 사는 곳이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아디’ 지역이다. 한국의 동보다 좀 넓고 구보다는 작다. 다른 외국인들도 대체로 평화로운 상태다.”

  • ▲ 카이로 시내 외국인거주지역 마아디 지구. 아이를 안은 채 걸어가는 등 주민들은 평화로운 모습이다. 김찬호 씨 제공.

    -카이로 시위가 심각하다고 외신보도가 이어지는데?

    “시위대들이 거칠다고 하는 보도도 있다. 알자지라 방송등의 외신 보도가 과장돼 있다. 일례로 따흐리 광장에 200만 명이 모였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시청광장정도의 상징적인 곳인데, 시청광장에 아무리 모여도 200만명이 어떻게 모이나? 보도는 정확해야 한다. 외국국민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다. 한국 국민도 한국 언론을 통해 접할 수밖에 없다. 부풀리고, 과장된 보도를 하면 안 된다.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한다. 어수선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가게 문 닫고 데모하고, 불안한 건 사실이다. 외국 상사원들도 일부 떠난 것도 사실이다. 두바이나 제3국에 피신했다. 갈만한 상황이 된 사람들이 떠난 것이고 떠날 상황이 아닌 사람은 남아있는 것이다.”

    -시위 모습은 어떤가?
    “낮엔 시위를 해도 평화로운 편이다. 그러나 밤엔 혼란이 심하다. 군대는 일단 발포 안하고 지켜보기만 한다. 총에 맞아 사망한 시위자들도 누구 총에 맞았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은 상태다. 현지 주민사이에선 ‘사복경찰이 쐈을 수 있다’, ‘일부 무장세력이 쐈을 것이다’ 소문만 무성하다.”

    -서방에선 이슬람과격집단이 집권할까봐 우려하는데?
    “이슬람형제단이 부각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과격세력도 일부의 정치세력이긴 하다. 그러나 앨버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세력도 있을 것이고, 현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 또다른 지도자를 따르는 세력들이 혼재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슬람정교 신도들이 많다는 점이다.

    정치 전문가는 아니지만 업무상 국가와 소비자들을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현지인들을 공부했다. 이집트는 이슬람국가지만, 이집트정교 신도들이 800만명이나 된다. 이슬람국가에선 핍박의 대상이다. 이들은 청소원 등 궂은 일을 하는 계층부터 의사까지 직업군이 아주 다양하다. 사회에 꼭 있어야할 직업들이다. 이슬람 극단주의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이슬람정교도와 다양한 정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설사 정권을 잡아도 이들의 영향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급격한 변화가 올 수 있지 않나?
    어떻게든 정치적인 환경은 변화할 것이다. 정치세력이 급격히 바뀔 수 있지만 그래도 이집트의 경제상 대외정책이 급격히 바뀌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집트의 가장 중요한 수입은 외국인 관광수입이다. 또 수에즈 운하 통행수입이 두번째로 많다. 그밖에 석유, 가스 수입에다 인근 국가로 나가 일하는 국민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있다. 이런 상황에 급격한 대외정책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인터넷도 끊기고 전화도 끊겼다는 소식도 들렸는데?
    “그렇지 않다. 부분적으로 그럴 수 있겠지만, 어제도 인터넷 요금을 내러 갔는데 가게가 문닫아 그냥왔다. 나라도 혼란한데, 인터넷도 안되면 업무도 못보고 기사도 못읽고 심심할 것같아 걱정했더니 지인들도 돈 안냈다고 금세 끊기진 않을 것이라고 위로해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