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시공사 훼손 합작” 일부 신문 또 주장 끝없는 마애불 누명, 낙단보 “울고싶어라”
  • “또 '구멍' 논란입니까? 현장소장인 나도 모르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돌아다녀 기막힙니다.”

    마애불 고의훼손설로 낙단보가 다시 침통해졌다.
    보물 발견하고도 '고의로 구멍을 뚫었다'는 누명에 한동안 시달리더니 이번엔 “의성군과 낙단보 시공사가 합작한 부주의” 탓에 마애불에 구멍이 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설명도 구체적이다.

    낙단보 마애불은 지난 10월 6일 경북 의성군 낙단보 건설현장 통합관리센터 건설 준비공사 중 발견된 바위에 그려진 마애불을 말한다. 마애불의 ‘구멍’은  공사 중 드릴 작업과정에서 불상 얼굴 후광의 오른쪽 상단에 난 지름 10cm의 천공자국이다.
     

  • ▲ 낙단보 공사현장의 공사 전 위성사진. 굵은 노란 선이 낙단보 위치. 아래 사진 노란색 원은 현재 마애불이 있는 장소로 당시 돌덩이와 흙으로 덮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른쪽 파안 원은 인근 주민이 의성군에 마애불이 묻혀있을 것이라고 신고한 지점으로 실제 위치에서 상류로 50m쯤 떨어진 곳이다.
    ▲ 낙단보 공사현장의 공사 전 위성사진. 굵은 노란 선이 낙단보 위치. 아래 사진 노란색 원은 현재 마애불이 있는 장소로 당시 돌덩이와 흙으로 덮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른쪽 파안 원은 인근 주민이 의성군에 마애불이 묻혀있을 것이라고 신고한 지점으로 실제 위치에서 상류로 50m쯤 떨어진 곳이다.

    이 ‘구멍 사건’은 지난 10월부터 12월에 이르는 동안에도 일부 불교계인사나, 4대강사업 반대단체, 매체 등에서 끊임없이 고의로 냈다고 공격해 억울한 누명을 썼던 소동이다.

    그런데 31일 한국일보가 “낙단보 현장에서 발견된 마애불이 원래 10월 6일 발견 이전 주민들이 매장지점을 확인했는데도 후속조치를 강행해서 구멍이 나게 됐다”는 취지의 보도를 해 다시 한번 논란의 불을 댕겼다. 이어서 이 보도를 받아 다른 매체들이 낙단보 마애불 구멍이 시공사와 행정당국의 실수로 일어난 것으로 재차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31일 마애불 구멍사건과 관련 “군 문화재 담당 직원이 지난해 8월초 마애불 존재 사실을 신고하러 온 노모씨와 함께 현장에 왔다가 (마애불 현장을)개발하지 않겠다고 시공사가 한 약속을 시공사측이 깼다”고 의성군관계자가 주장했다는 내용도 실었다. 신고자 실명과 나이까지 표기하고 상황설명도 매우 자세하다.

    의성군 관계자 “신고자가 불상 있다 지목 한 곳은 엉뚱한곳”

    그러나 현장관계자와 의성군 관계자는 펄쩍 뛰었다. 공사관계자는 “마애불이 지금 발견된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은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고 했고,  의성군 관계자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의성군에 약속한 것을 시공사가 깼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 낙단보 마애불 앞에서 인근 사찰의 승려와 신도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다.
    ▲ 낙단보 마애불 앞에서 인근 사찰의 승려와 신도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다.

    의성군 김문진 계장은 “당시 신고자와 함께 낙단보 현장에 갔었다. 신고자가 마애불이 묻혀있다고 지목한 곳을 확인하고, 근처에 있던 공사장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그곳은 공사를 할 곳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돌아갔다”고 했다. 그는 “어느 시골에서나 문화재나 전설에 관한 일이 많다. 그래서 오래 전에 도로공사로 묻혀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신고자와 현장에갔다. 현재의 마애불에서 상류로 50m쯤 되는 지점이었다”이라고 덧붙였다. 공사구역에 포함될 곳이라면 당연히 절차를 밟아 정밀조사를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 계장의 설명대로라면 시골에서 30여년 전에 묻힌 마애불이 있었다는 사실은 주민 일부가 알고 있었고, 구체적으로 ‘정확히’ 짚어주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래서 공사 예정지가 아니기 때문에 추가로 발굴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신고자는 결과적으로 엉뚱한 곳을 지목한 것이다.

    현장소장 “의성군관계자 왔던 사실도 몰라”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더욱 황당해했다. 전찬건 낙단보 건설현장사무소장은 “신문 보도는 마치 현장관계자와 군청이 알고도 낙단보를 훼손시켰다는 것으로 오해받게 하고 있다. 현장책임자가 어떻게 알고도 불상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찬건 소장은 “작년 8월 현장에 의성군 관계자가 왔다 갔던 사실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 ▲ 두산건설 전찬건 소장이 마애불 현장에서 상류쪽을 가리키고 있다.
    ▲ 두산건설 전찬건 소장이 마애불 현장에서 상류쪽을 가리키고 있다.

    특히 “불상이 어디 보통 존재냐. 불상을 고의로 훼손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제정신이겠느냐.”며 사전에 알았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다.
    그는 그러면서 “요즘엔 없는 이야기도 사실처럼 떠다니는 세상인데, 어떻게 인근주민들도 다 안다는 사실을 알고도 훼손시킬 수 있겠는가?”라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마애불이 묻힌 곳을 알고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군청과 약속을 했다니 내가 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그런 말이 나도는지 모르겠다. 부처님께 진실을 말씀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라며 하소연했다.

    전찬건 소장은 또 “당시엔 하도급업체 부도로, 장비 기사들이 본사에서 한창 데모할 때라 다른 일도 제대로 못할 때다. 문화재 관련된 이야기만 나왔어도 금세 기억날 상황이다”

    마애불을 처음 발견한 홍찬윤 홍지기술산업 전무도 “구멍은 자갈이 잔뜩 덮여 있는 곳의 지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에 드릴 작업을 하던 중 생긴 것이다. 암반임을 확인하고 겉에 덮인 흙을 다 제거한 후 흙을 털어내다 최종 확인했다”며 “마애불을 확인하고 구멍을 뚫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고자 신씨와 함께 현장에 나온 군청 관계자가 현재의 마애불 발견장소에서 50m쯤 상류의 위치를 지목했고, 그 지점이 공사예정지가 아니라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안심해 추가조치를 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만일 지금의 발견 위치를 지목했더라면 공사 예정지였기 때문에 당연히 준비작업 전에 문화재 발굴을 먼저 했을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한편 낙단보의 마애불은 912번 지방도 옆에서 지난 10월 6일 통합관리센터 부지 조성공사를 하던 중,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30여년전 도로를 내면서 바위산을 깨 정지작업을 한 돌덩이와 자갈을 도로에서 강쪽으로 메워 둑을 경사지게 한 곳이다.(위성사진 참조)

    마애불이 발견되면서 통합관리센터 설계도 바꾸고, 현장 배치도 완전히 바뀌었다. 마애불 현장은 성역화하기로 했고, 관리센터 시설도 상당부분 위치를 바꿨다.

  • ▲ 낙단보 마애불. 끊임없이 고의 훼손설에 시달리며 더 유명해지고 있다.
    ▲ 낙단보 마애불. 끊임없이 고의 훼손설에 시달리며 더 유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