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들, 군벌파와 이슬람반군파로 나뉘어해적행위는 국제법 상 ‘인류의 공적’으로 취급받아금미 305호, 작은 어선인 탓에 본거지로 끌고 가
  • 지난 21일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과 해군 UDT 대원들이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펼쳐 삼호주얼리호를 무사히 구출했다. 이후 이슈가 된 소말리아 해적에 대해 많은 말이 오간다. 소말리아는 왜 해적을 그냥 놔둘까, 해적의 배후는 누구일까. 세계는 왜 해적에게 쩔쩔매는 걸까.

    Q. 30일 국내로 압송된 해적들이 국내법에 따라 재판을 받고 처벌될 것이라고 한다. 이게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가. 외국인이 우리나라 배를 납치했다고 끌고 와서 처벌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행기 납치범도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는가.

    국제법은 물론 국내법으로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적은 국제법에서 ‘인류의 공적(公敵)으로 간주되어 그 행위를 발견한 어느 나라 군대라도 이들을 자국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때문에 러시아 해군이나 프랑스 특수부대가 해적들을 사살한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국내법에서도 해적 행위는 강력히 제재하고 있다. 그 근거는 형법과 2008년 6월 13일 일부 개정된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선박위해법)’이다. 

    선박위해법에서는 동법 3조에 따라 해적행위를 저지를 경우 외국인이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압송된 해적들은 제5조 ‘폭행, 협박, 살인죄’와 제6조 ‘선박납치죄’ 위반에 해당돼 최소 징역 7년,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게 된다. 특히 삼호주얼리호 석태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자는 5명의 해적들 중 최고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Q. 소말리아 해적에 대해 일각에서는 ‘선량한 어부’라고 하고, 일각에서는 ‘거대한 배후조직을 가진 세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30일 한국으로 압송된 해적들의 초라한 행색과 나이를 보면 조직화된 세력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대체 누구 주장이 맞는 건가.

    둘 다 맞는 말이다. 소말리아 해적 중에는 평범한 어부 출신들도 섞여있다. 하지만 어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총을 쏜 자들 대부분은 ‘민병대’ 또는 ‘테러조직’ 소속이다.

    국제해운업계 관계자, 국제보안기업들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은 1991년 활동하기 시작한 군벌 세력과 현지 부족장이 뭉쳐 만든 ‘범죄 조직’이다. 이들은 해적질에 참여하는 민병대와 어부 등에게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고, 해적질로 받은 몸값 중 일부를 나눠준다. 부족장은 해적을 돕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몸값의 일부를 받는다.

    해적 두목들은 유럽이나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에 거주하며 사치스런 생활을 한다. 이들은 몸값으로 벌어들인 돈을 또 다른 불법사업에 투자하거나 조세피난처와 스위스 은행의 ‘익명계좌’에 저축하고, 일부는 ‘돈이 될 만한 선박’의 항행 경로를 얻는 데 ‘투자’한다.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정보를 제공하는 ‘브로커’들도 다수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해운업계와 국제보안기업들은 ‘브로커’의 활동무대로 ‘유럽’, 특히 ‘런던’을 지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적질이 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군소 부족장들이 직접 해적단을 조직해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 해적질이 인도양까지 퍼지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Q. 일부 언론에서는 해적들 배후에 거대한 국제조직과 세력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군벌과 연계돼 있다 해도 그게 가능한가. 그런 조직이 실재(實在)한다면 왜 서방국가들은 이들을 공개하고 소탕하지 않는가. 

    해적집단의 근간은 앞서 설명한 군벌과 부족장의 커넥션이다. 하지만 이들과 다른 ‘축’도 있다. 바로 소말리아 남부를 점령하고 있는 ‘이슬람 반군’ 소속 해적이다. 이들은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는 ‘알 샤바브’라는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의 지도를 받는다.

    ‘알 샤바브’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통치되는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근본주의 집단으로 소말리아 남부를 장악한 뒤 과도 정부와 10년 넘게 내전을 벌이고 있다. ‘알 샤바브’ 조직원들은 2009년 8월에는 호주에서 테러를 시도하다 체포된 바 있고, 1998년에는 케냐 나이로비 테러를 저질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2008년 11월 25일 <CNN> 인터넷 판은 '얼마 전 해적들에 의해서 납치된 사우디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호가 정박되어 있는 하라데레항에 알 샤바브 대원들을 태운 5대의 무장차량이 도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알 샤바브와 알 카에다 간의 연결고리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즉 ‘해적 조직’ 중 알 샤바브로 연결된 집단은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 조직이 배후에 있어 서방국가들이 이들의 소탕에 애를 먹고 있다. 여기다 알 샤바브와 연관이 있는 해적과 반군들 대부분이 10대 소년병이라 서방국가들은 ‘인권’ 문제로 적극적인 소탕을 꺼리고 있다.


    Q. 소말리아가 20년째 무정부 상태라는 보도도 있는 반면, ‘해적들을 처벌하자는 법안이 소말리아 의회에서 부결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무정부 상태인데 어떻게 의회가 열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해적을 애국자’라고 한 의회는 이디오피아 등 인근 아프리카 국가의 지원으로 수립된 ‘소말리아 국민과도정부’의 의회를 말한다.

    소말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1993년 미군을 주축으로 한 국제평화유지군이 파병됐었다. 하지만 결국 군벌들을 평정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군벌들은 자신들끼리 싸우다 그 세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틈에 ‘이슬람법정연합(ICU)’이라는 반군 세력이 소말리아 남부를 장악했다. 여기에 위기감을 느낀 12개 군벌들은 2000년 10월 압디카심 살라드 하산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과도국민정부를 구성했으나 이슬람법정연합 세력들이 과도국민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전쟁을 선언, 다시 내전이 격화됐다.

    2002년에는 인근 아프리카 국가들이 소말리아평화회의를 열어 유수프 아메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 수립을 도왔지만 이슬람 반군은 이에 대해서도 전쟁을 선언했다. 지루한 내전 끝에 2007년 3월 과도정부가 아프리카 평화유지군의 도움으로 모가디슈에 입성, 국가 형태는 갖췄지만 이슬람 반군이 장악한 소말리아 남부에 대한 통제력은 전혀 없다.


    Q. 1991년 내전 이후 미군이 소말리아에 개입, 군벌을 소탕하려다 결국 실패했다고 들었다. 당시 상황을 다룬 영화가 ‘블랙호크다운’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국제평화유지군이 소말리아 국민들을 위한 작전을 전혀 펼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가.

    미국을 주축으로 한 소말리아평화유지군이 1994년 철수한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이 몇 차례의 평화유지군 파병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90년대 후반 소말리아 내전으로 피란민이 주변국으로 흘러들고, 심지어 일부 반군세력까지 피란민을 따라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자 주변국들은 2002년 케냐에서 소말리아 평화회의를 열어 유수프 아메디 정권 수립을 지원했다. 또한 이디오피아군을 주축으로 한 평화유지군도 파병했다. 한편, 이 틈에 ‘이슬람법정연합(ICU)’이 소말리아 남부지역을 지배하면서 소말리아는 군벌 간 내전에서 과도 정부군-군벌-이슬람법정연합 간의 내전이 됐다.

    골치 아픈 것은 이 내전이 국제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11월 발간된 UN보고서에 따르면 우간다, 이디오피아, 예맨이 과도정부를 지원하고, 시리아, 이란,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지부티, 이집트, 에리트리야 내 이슬람 세력이 ‘이슬람법정연합’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알 카에다도 ‘이슬람법정연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알 카에다’가 소말리아 반군과 연계한 점에 주목, 군벌들이 ‘이슬람법정연합’에 대항해 만든 ‘반테러연맹(ARPCT)’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UN조차도 소말리아 내전을 종식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Q. ‘아덴만의 여명작전’ 당시 국방부는 ‘작전 상황이 보도되면 해적들이 그 정보를 입수해 청해부대는 물론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도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을 하는 근거가 뭔지 궁금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해적 조직은 크게 지역 중심 해적과 알 샤바브 연계 해적이 있다. 소말리아 남부가 근거지인 해적들은 대부분 알 샤바브와 연계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로 압송된 해적들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해적들은 우리나라 언론까지도 모니터링한다고 봐야 된다. 근거는 군벌과 이슬람법정연합의 지원을 받고, 이들은 다시 해적 브로커로부터 피랍된 선박의 정보를 사들인다는 점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근거는 삼호주얼리호 구출 이후 해적들이 <로이터>와 가진 전화 인터뷰다. 이번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들이 체포된 지 이틀 만에 해적들은 로이터에 전화를 걸어왔다. 해적들이 우리 해군에 체포된 곳은 소말리아로부터 1,000km 이상 떨어진 해상이었다. 만약 이들이 ‘순박한 어부’들이라면 TV도 제대로 없는 소말리아에서 한국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진 작전 성공 소식을 이틀 만에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해적 브로커들은 피랍된 선박과 관련된 소식들을 모두 모니터링해 해적들에게 제공하며, 겉모습과는 달리 해적들은 위성전화와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국어와 영어가 가능한 아프리카人이 많다는 점도 계산해야 한다.

    만약 체포된 해적들이 알 샤바브와 연계되어 있다면, 한국 내 정보도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이슬람 테러조직을 통해 하루 이내에 모두 얻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Q. 지금도 금미 305호가 해적들에게 붙잡혀 있다. 최근에는 금미 305호가 해적질에 사용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 정부는 삼호주얼리호는 구출했지만 금미 305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거 같다. 혹시 금미 305호는 돈 없는 어선이라 구출하지 않는 거 아닌가.

    금미 305호가 ‘돈 없는 선박’이라서 구출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해적들이 납치하자마자 자신들의 본거지로 끌고 갔기 때문에 구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해적들 중에는 어부들도 있다. 이들은 금미 305호나 2007년 피랍된 마부노 1, 2호나 2006년 피랍된 동원호 정도는 쉽게 조종할 수 있다.

    만약 현재 상태에서 해적들의 본거지에 억류돼 있는 금미 305호와 선원들을 구출하려면 해병대 등을 동원해 해적과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방법 밖에 없다. 전투가 벌어지면 선원들을 무사히 구출한다는 보장도 없고, 우리 군의 인명손실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소말리아 과도정부와도 국제적인 마찰을 빚을 수 있다. 

    반면 ‘브라이트 루비호’나 ‘삼호드림호’, ‘삼호주얼리호’와 같은 대형 선박은 조종법을 제대로 모른다. 설령 조종법을 아는 자가 있다고 해도 한 번 움직이려면 몇 시간 이상이 걸린다. 소말리아 해안에 이 같은 대형선박을 접안하거나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것도 해적들에게는 문제다.  

    Q. 우리나라 군사력은 세계 10위 권 내라는 언론보도를 많이 접했다. 우리에게 그 정도 능력이 있다면 우리나라 해군과 해병대를 대규모로 보내서 소말리아 해적들의 본거지를 소탕하면 되지 않는가. 왜 이런 논의는 하지 않는가.

    우리 군의 전력이 통계에서는 세계 10위권 이내라고 하지만 소말리아와 같은 원거리에서 작전을 실행할 능력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 전력은 대북 억지력과 주변 위협에 대응하는 구조로 건설돼 있다. 해군 전력 대부분이 소말리아와 같이 먼 곳에 전투력을 투사(投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 해군이 가진 전력의 대부분은 초계함이나 호위함과 같은, 소형 전투함이다. 먼 대양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구축함 수는 12척에 불과하다.

    이중 이지스 구축함은 3척, KD-Ⅱ 구축함은 6척, KD-Ⅰ 구축함은 3척을 보유하고 있다. KD-Ⅰ구축함은 우리 영해를 지키는 주력함이다. KD-Ⅱ 구축함 6척은 모두 7전단 소속이다. 7전단은 독도함을 중심으로 KD-Ⅱ 구축함과 1척의 이지스 구축함으로 구성된 대양작전 전문 함대다. 청해부대는 이 기동전단 소속 구축함 1척이 번갈아가며 배속된다.

    우리 해군 구축함의 수가 이 정도다 보니 소말리아와 같은 곳에는 1척 밖에 파견하지 못한다. 그런데 아덴만과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해까지 넓은 지역에서 우리나라 선박을 제대로 지키려면 함대급 또는 최소한 2척 이상의 구축함을 보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인근에서 활동을 해도 우리 선박이 피랍되는 걸 전부 막지 못하는 것이다.

    해병대 파병도 마찬가지다. 미군은 상륙모함만 10척 이상 보유하고 있으니 논외로 하자. 해병대를 ‘신속전개군(RDF)’으로 활용하는 프랑스나 영국 등은 수송기로 장거리 파병을 진행한다. 하지만 우리 군이 가진 수송기 전력은 크게 부족하다. 군이 해병대를 ‘신속대응군’이 아니라 한반도 인근에서만 활동하는, 대북 억제전력으로 생각해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