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미수산, 선장이 선주여서 몸값 지불 가능성 희박외통부 “금미호, 몸값 지불 않는다는 원칙 유지했다”국민들 원하는 건 '해적 포기하게 만드는 것 아니라 철저한 재외국민 보호"
  • 123일 동안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돼 있던 금미 305호가 지난 9일 풀려났다. 선원들이 무사히 풀려나기를 바랐던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 언론들은 ‘몸값’에 집중, 엇갈린 보도를 하고 있다. 언론과 일부 정치권은 여전히 ‘해적’ 문제의 핵심을 ‘몸값’이라고 보는 듯하다. 

    금미 305호를 바라보는 일부 언론, 정치권의 '이상한 시각'

    지난 9일 금미 305호가 풀려나자 언론들은 해외 해적감시 프로그램 관계자 등의 말을 빌어 ‘해적들이 처음에는 몸값으로 650만 달러를 요구했다가 금미 305호가 몸값을 지불할 능력이 없음을 안 뒤에는 60만 달러로 낮췄지만 결국 그마저도 지불할 수 없다고 판단해 풀어줬다’고 보도했다.

    여기까지는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는 보도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일부 언론이 금미 305호 관계자의 입을 빌어 ‘몸값을 몰래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은 ‘금미 305호 석방을 위해 몸값을 지불했는가 하지 않았는가’를 놓고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를 싫어하는 일부 네티즌들도 마찬가지다. ‘금미 305호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몸값도 지불하지 않고 어떻게 풀려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글을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번 금미 305호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은 뒤 저희들도 담당 부서에 관련 사항들을 물어봤지만 몸값을 내지 않고 풀려난 게 확실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삼호드림호 사건 이후 몸값을 지불하는 것은 지원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납치된 선원들의 건강상태라든지 현재 해적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협상가들과 접촉을 한 적은 있지만 납치된 선원들의 몸값 지불에 개입하거나 직접 해적들과 협상에 나선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밝혔다. 

    삼호드림호와는 다른 면에서의 굴욕, 금미 305호 석방

    한편 이런 ‘몸값’ 논란 속에 금미 305호 피랍과 석방 문제의 핵심은 ‘자국민 보호’라는 주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이 ‘몸값’ 문제를 핵심인양 다루는 이유가 지난 번 삼호드림호 석방 당시 ‘몸값 950만 달러 지불’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언론까지 ‘금미 305호 석방=몸값 지불’이라는 공식으로 보는 건 문제다. 이번 금미 305호 석방이 알려진 것처럼 ‘해적들이 몸값을 받을 가능성도 없고, 43명의 선원들을 더 이상 부양하는 것도 어려워 풀어줬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만큼 황당한 ‘토픽거리’도 없다.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저 나라는 자기나라 국민들이 120일 넘게 잡혀 있고, 선원들은 해적들에게 학대당하고 있는데도, 그 어떤 대기업이나 독지가, NGO도 나서지 않고, 오히려 해적들마저 포기하게 만드나’라며 ‘북한만큼 독한 나라’라고 말할 수도 있다. 즉 이번 금미 305호 석방은 결과로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과정을 보면 그렇게 좋아할 일만도 아닌 것이다.

    재외국민 납치가 빈번해진 2007년 이후 우리 국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제대로, 철저히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해줘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연간 1000만 명 이상 해외여행을 떠나는 현실에서 이를 관리 감독할 외교관의 숫자가 1700여 명 남짓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건 지금 당장 모든 재외국민을 ‘경호’해 달라는 게 아니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해 정부가 보다 ‘성의’를 보이고, 관련 예산을 확충해 달라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해외에 나간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도 필요하다고 여긴다.

    국민들은 또한 각국에 파견 나가 있는 외교관들, 특히 저개발국이나 제3세계 국가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관련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외유나간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 시종 드는 ‘1급지 파견 외교관’이 아닌, 청해부대 장병들처럼 자국민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 그런 ‘사명감 넘치는 외교관’을 보고 싶어 한다.

    국민들은 멱살잡이 하는 국회의원들이나 자기 이름 모른다고 폭행하는 지자체 의원들에게 줄 돈은 아까워 하지만 이런 일에 돈을 쓰면 박수를 친다. 세금은 그럴 때 쓰라고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