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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등 야당을 비롯해 여당측으로부터도 '사퇴 촉구' 압력을 받고 있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가까운 시일 내에 자신의 거취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인사 청문회'를 정면 돌파할 움직임을 보여 이를 두고 여러가지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11일 오후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한 정동기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문회 준비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할 건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청문회에 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오는 19~20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강행 돌파할 의지를 조심스럽게 나타냈다.
정 후보자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르면 이날 중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던 당초 관측과는 전혀 다른 기류다.
앞서 정 후보자는 11일 오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초동 우면로 정무법무공단으로 출근하면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고심 중"이라고 짧게 답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자들이 오늘 중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 묻자 "결정되면 알려주겠다"면서 '청문회 때까지 이대로 갈 거냐'는 질문에는 "그렇게까지 멀리 나갈 필요는 없다. 좀 생각해보겠다"고 답해 사퇴 시기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자의 사퇴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어제 드린 말씀 이외에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거듭 되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김 대변인은 똑같은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집권 후반기에 여당과 더이상 각을 세워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당의 정 후보자 사퇴 촉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의견을 전달하는 절차와 방식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날 정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 홍상표 홍보수석은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이번에 보여준 절차와 방식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감사원장 내정에 대해 충분한 교감없이 집권 여당이 전례없이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데 대한 이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정 후보자의 청와대 정면 돌파 입장 변화에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한편, 이날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연락은 받았지만 동의한 적이 없다"며 신중하지 못했고 큰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을 밝혀 당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또 "이럴 때일수록 당청이 화합해야 한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여당이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인사에 반기를 든 이번 일이 레임덕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