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에 있을 때 잘했어야지!  

     보수 세력의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아예 보수 아닌 중도좌파 시늉을 하기로 했다. 이승만 박정희 기념관은 없는데 노무현 기념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대 30대야 원래 그렇지만 40대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는 관측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G20 직후 60%대로 올라갔지만 다음번엔 정권이 다시 좌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파 쪽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됐는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기능적 측면에서는 몇 가지 내세울 것이 있는지 몰라도, 동지적인 의미의 ‘우리 편’을 만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좌파는 원래가 이명박-한나라당 편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우파까지도 남으로 소외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편’이건 무엇이건 정치를 아예 안 하기로 작정한 대통령이고, 한나라당은 정치운동 세력이라기보다는 그저 잘 먹고 잘살겠는 집단인지라 그런 이명박 대통령, 그런 한나라당 주변에는 처음부터 동지라는 것이 모여들 수 없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들에게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게 되어 있는 운명공동체적 동지들이 있었다. 더러는 배신도 하고 손해도 끼쳤지만 그래도 그들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추종자들의 ‘구루(guru=師父)'였다. 그리고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 민주당 열린 우리당 또한 오늘의 한나라당과는 달리 '죽어라' 하고 달려든 점은 분명히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금이나 퇴임 후에 과연 '구루'로 추종할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한나라당은 심지어는 당원들까지도 과연 '평생동지' 의식이 있는 동질집단으로 볼 수 있을까? 심히 불투명하고 회의적이다. 그러니 이런 집권측에 대해 설령 몇 가지 업적이 있은들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응, G20은 잘 됐어, 원전수주도 잘했어, 4대 강도 해놓으면 좋을 거야, 하지만 그래서(So what)?" 그런 걸 잘했어도 애정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정이 가지 않는 정도를 넘어 "우리하곤 인연 없는 남"이란 싸늘한 마음들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앞으로 2년 반이라지만 2012년 4월 총선 이전의 선거운동기간서부터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대선까지의 기간은 빼야 한다. 그러면 남은 실질임기는 기껏 1년이나 될까? 이 동안 무슨 수로 이걸 만회하나? 이명박 대통령은 '만회'라는 인식이나 개념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나라당은 그럴 능력도 없고. 그러니까 옆에 있을 때 잘했어야지!  

     우파-보수의 심각한 성찰이 있어야 할 일이다. 어찌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리품을 챙길 때는 고생 고생한 우파-보수를 소외시켰지만(그걸 달라고 한 적도 없지만), 일락서산(日落西山)에 임해서는 모두 한 구덩이로 데리고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집권 그룹 아닌 우파-보수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렇게 돼야 하는가?  

    <류근일 /본사고문, 언론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