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공모 지급보증 1천50억 불과..애초 목표치의 22% 수준

  • 사업 재개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첫 번째 시험대에서 암초를 만났다. 

    4일 이 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마감한 1차 시공건설사 모집에서 LG전자, 화성산업, 귀뚜라미그룹, 김앤드이 등 4곳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4곳이 확약한 지급 보증 액수는 1천50억원으로, 목표액의 1천450억원의 22% 수준에 그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애초 올해 10월과 내년 5월 두 차례의 시공건설사 공모를 통해 모두 9천500억원의 지급보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첫 번째 공모 결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용산역세권개발 측은 20대 대형건설사 3곳을 포함해 7~8개 건설사가 내년 1월로 참여 시기를 미뤄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 상의 결산 재무제표를 근거로 순자본(자본금+잉여금)의 100%가 넘는 지급보증은 부채비율로 잡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올해 재무제표 관리를 위해 내년 초로 지급보증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이처럼 단순히 재무제표 관리를 위해 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과 박해춘 용산역세권 회장은 최근 국내 빅5 건설사 중 2곳이 용산역세권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주변 사정은 녹록지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미 손을 뗀 삼성물산과 투자지분 2%를 가진 GS건설을 빼면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3곳이 남는데, 이들은 모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참가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대우건설 고위 관계자는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성 등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검토했으나 현 상태에서는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새 사업 참여보다는 기존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오피스 가격을 3.3㎡당 3천500만~4천100만원에 책정한 반면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은 1천650만원으로 용산이 2배 이상 비싸다"며 "현 사업계획으로는 채산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용적률 상향 등 추가 대책이 없으면 사업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IFRS 도입을 앞두고 있어 현 상황에서 지급 보증을 확정해 부채비율을 늘릴 수는 없다"며 "내년 이후 땅값 인하나 용적률 상향 등 추가 대책을 봐가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이 이처럼 사업성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해 몸을 사리는 판에 중견건설사들의 참여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해춘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동생인 박택춘 씨가 사장으로 있던 C&중공업에 우리은행이 2천200여억원을 대출해 준 사실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점도 큰 악재다.

    물론 박 회장과 용산역세권개발 측은 규정과 절차를 지킨 대출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용산개발사업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박 회장의 이름이 C&그룹의 로비 의혹 사건으로 언론매체에 자주 거론되면서 그의 신인도에도 흠집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용산역세권개발 측은 두바이와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투자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