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도 샌드위치로 대신하며 G20 준비 중인데"의원도 사실관계에 입각해 의정활동 해야 하는 거 아니냐"
  • 중앙일보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국회 대정부 질문 내용이 보고된 것은 1일 오후 5시쯤이라고 한다. 순간 이 대통령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했다.

  • ▲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천신일 회장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며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천신일 회장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며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작심한 듯 강 의원 발언을 꺼냈다.

    "국회의원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면책특권을 이용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군사독재 시설에는 정치적 탄압으로 발언을 자유롭게 할 수 없어 보호를 받기 위해 부득이하게 국회에서 발언을 해야 했지만 민주화가 된 지금은 그런 식으로 하면 국민들에게 큰 피해만 줄 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스스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자율적인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도,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강 의원 발언 뒤 이 대통령이 직접 곧바로 이 문제를 꺼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이 발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심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국회 답변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당당하게 알리라고 주문하면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국회의원도 사실관계에 입각해 국민의 대표로 정정당당하게 의정활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란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코앞으로 다가온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상황이다. 문제가 터진 1일에도 이 대통령은 점심식사를 샌드위치로 대신할 만큼 시간을 쪼개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아주 기본적인 회의 말고는 다 일정을 비우고 계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 이 대통령은 오전 8시 수석비서관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9시30분부터 G20 준비위원회와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회로 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가 낮 12시를 넘기자 이 대통령은 점심을 샌드위치로 대신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하루 종일 주로 G20 관련된 보고를 받으셨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세세한 부분을 모두 챙기고 있는 상황이란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매일 G20 관련된 부분을 직접 검토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선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해 물어보고 있다고 한다. G20 준비위원회 한 관계자는 "평생 대통령 전화를 이렇게 많이 받은 적은 처음"이라고도 했다. 많게는 하루에 3~4통의 전화가 걸려온다고 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정상회의에서 사회를 맡아 각국의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만큼 이 대통령 스스로 모든 의제에 대해 알지 못할 경우 회의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G20 회의는 정해진 시나리오가 없고, (이 대통령은) 이번에 사회를 봐야 하기 때문에 각국의 상황을 꿰뚫고 있지 못하면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은 기간까지 매끄러운 회의 진행을 위해 'G20 열공 모드'를 유지할 것이란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G20 정상들과의 전화통화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G20 관련해 30분가량 통화를 했고, 금주 중에는 독일과 영국 정상과도 전화 통화가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 의원의 발언을 접한 터라 이 대통령은 더 크게 화가 났다고 한다. 청와대는 추가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고위 관계자는 "강 의원을 통해 거론된 분들의 법적 대응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강 의원 발언 논란은 '사법부'로 넘어갈 공산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