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현장정치 가동하며 '서민' 외치다 핑계들어 서민 법안 무산
  • 민주당이 최근 유통법 무산으로 '말로만 서민경제 챙기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유통법 여야 무산 왜?= 여야는 지난 25일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이다 결국 법 통과를 무산시켰다. 이날 한나라당은 "유통법안이라도 먼저 통과시키자"고 했고, 민주당은 "상생법안 통과도 약속하라"면서 각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상생법안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입장'을 이유로 법안 처리를 유보하면서 "상생법이 통과되면 유럽연합(EU) 등과의 통상분쟁이 우려된다"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을 핑계 삼아 '12월 9일 합의처리하기로 한 상생법 처리를 여당이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특히 당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이견이 나오는 등 계파갈등 불거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김 본부장의 발언을 핑계삼았다는 지적이 컸다. 손학규 대표와 잠재적 야권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동영 최고위원이 "동시처리만이 민주당의 존재이유이자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때마침 핑계거리를 찾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최근 '보편적 복지'를 당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당헌에까지 포함한 민주당이 대자본의 SSM 확장에 고사 상황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외면한 데 대해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 ▲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전병헌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지난 9월 서울 강서구의 SSM 입점에 따른 중소유통 피해현장을 방문, 소상공인들과 지원대책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던 당시
    ▲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전병헌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지난 9월 서울 강서구의 SSM 입점에 따른 중소유통 피해현장을 방문, 소상공인들과 지원대책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던 당시

    ▦ 홍준표 "이번 주에라도 직권상정해 단독처리해야"

    이에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달 1일 이전, 이번 주에라도 직권상정을 해서 단독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최고위원은 "외교통상부의 입장을 듣기로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자마자 바로 유통법을 통과시키면 FTA 비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미 원내대표간의 합의를 통해 1달 정도 유예기간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통법은 굉장히 절실한 법"이라며 "유통법이 우선 통과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대상 시행지침도 시행할 수 없다"고 유통법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 영세상인들 "민주당 일방적 약속파기로 6년간 소상공인 바람 무산"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보게 된 쪽은 대자본의 SSM 확장에 고사 상황으로 내몰린 자영업자였다. 소상인공인연합회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유통법을 우선 처리한 이후 연내 상생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민주당의 일방적 약속파기로 6년여간 소상공인들이 간절히 원하던 유통법의 국회통과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극렬 연합회 공동대표는 "상생법 통과 전까지 그에 준하는 효과를 내는 중소기업청의 행정지침을 시행하기로 한만큼 유통법을 우선 통과시켜 소상공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최근 일부 대형유통업체가 피자가게로 위장하고 SSM을 기습적으로 여는 등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더 절박한 심정"이라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다음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민은 춥고 국민은 불안하다"며 "서민경제를 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통법이 뭐길래..

    유통법안은 재래시장 반경 500m 내에 SSM이 입점할 수 없도록 하고, 상생법안은 SSM 직영점은 물론 가맹점도 사업조정 신청대상으로 추가해 골목상권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종의 '쌍둥이 법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