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간에 갇힌 폭군  

     열린 북한방송은 북한 양강도 혜산예술학교 화장실에 김정일 사진이 버려진 채 발견돼 북한 전역이 발칵 뒤집어졌다고 전했다. 열린 북한방송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금 북한의 민심은 “주민 전체가 김정일을 싫어하는데 그러면 그 사람들 모두가 간첩이라는 소리인가? 지들끼리 3대 세습을 한다며 뒤가 켕기니까 뒷수습을 하느라 조용한 학교까지 와서 간첩 적발이요 뭐요 하면서 복잡하게 군다”고 이야기 한다고 덧붙였다. 

     자, 그러면 남한에서 3대 세습을 옹호하는 쪽은 이에 대해 뭐라고 할까? 어떤 3대 세습 옹호론자는 “북한에는 세습이라는 개념이 없다. 후계라는 말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화장실에 김정일 사진을 버린다는 개념은 없다, 간첩이 있을 뿐...”이라고 해야 할까? 또 어떤 사람은 “(남한 사람들은) 김정은 우습게 보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화장실 사건’에 대해서는 “(북한 사람들은) 김정일 우습게 보지 말라”고 해야 할까?“ 

    천안함 폭침과 3대 세습을 비롯한 근래의 북한의 동향은 남한 좌파의 정신적 이론적 도덕적 파탄을 초래하고 있다. 천안함 조사결과를 못 믿겠다 하면서 갖은 억지와 궤변을 농하고, 3대 세습을 ‘그 쪽의 상식’이라고 하질 않나, 외부에서 이러쿵 저러쿵 떠들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질 않나, 자기들은 그렇게라도 우기는 게 당연하고 이롭고 옳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건 “나는 망하기로 작정했다”고 하는 것밖엔 안 된다. 도덕적 이론적으로 바닥을 치고 막다른 골목으로 쳐박히는 게 망하는 것 아니고 뭔가? 

     역사적으로 좌파는 우파의 이론적 도덕적 ‘바닥’과 ‘막다른 골목’에 대해 보다 우월한 대안을 선취 한다는 깃발을 내걸고서 무대 위에 올라오곤 했다. 그런데 오늘의 한반도에선 ‘좌파’가 오히려 더 이론적 도덕적 체제적으로 바닥을 치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점에서 오늘의 한반도에선 성공한 자유우파가 ‘진보’이고, 망가진 김정일과 그를 지지하는 남한 종북파가 갈데없는 ‘수구’다. 김정일이 워낙 이론적 도덕적 체제적으로 타락의 길을 달리니까 그의 폭정과 세습왕조, 그리고 그것을 옹호하는 남쪽 좌파가 수구반동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어떻게 곤두박질을 치는가? 김정일 사진이 똥뒷간에 쳐박히는 식으로. 북한 주민들은 압제 밑에 깔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도 점차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김정일 사진을 '거룩한 성화'의 지위에서 똥뒷간 휴지 조각으로 격하시키기로. 북한이 그렇게 쉬 무너지지 않는다는 관점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도덕적으로, 경제적으로, 체제적으로 파탄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면, 그것을 폭압과 강제수용소로 억지로 지탱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상이 아니란 뜻이다. 정상 아닌 비정상으로 간다는 건 결국은 빼도 박도 못하는 마지막 수단이란 이야기다.  

     과거 남한 권위주의 정권에 대해 반체제파는 “경제만 성장하면 다냐? 억압이 있는데...”라고 저항했다. 그런데 김정일 북한에는 경제 발전도 없고 억압만 있다. 억압 중에서도 가장 유치한 3대 세습이 있다. 이에 대해 남한 좌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잘하는 짓‘이라고 편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그런 남한 좌파를 김정일 못지 않게 극도로 혐오하고 증오할 것이다. 그들이 내려오면 아마 남한 좌파를 콩가루로 만들고 싶어 할 것이다. 탈북 동포들도 남한 좌파에 대한 적개심을 이를 악물고 아직은 가슴에 묻어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언제인가 화염처럼 불타올라 폭발할 때가 있을 것이다. 

     김정일 사진을 화장실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손풍금 교사 김 모씨는 어쩌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숨을 거두는 그 순간 그는 김정일과 남한 종북파를 또렷이 기억할 것이다. 그 이글거리는 염력(念力)이 치솟아 하늘의 천둥 번개 되어 천년 잠에 빠져 있던 백두산을 분기탕천, 벌떡 일어서게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김정일의 추악한 수용소 체제를 분노의 불길로 태울 것이다.  

     김정일, 그 주변의 족벌과 이른바 '실세'들, 그리고 그 남쪽 하수인들, 니들 지금 겉으론 호언장담 해싸면서도 김정일의 질병과 그의 머지 않은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속으론 무척 신경 쓰이지? 살아 있는 김정일과 동격이라는 그의 사진은 이미 똥뒷간 신세라는데... 

     <류근일 /본사고문, 언론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