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 대리조문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지적손학규 벼베기 행사로 조문 불참
  • 민주당이 12일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조문 문제를 놓고 논란 끝에 조문을 마쳤으나 여론에 떠밀리는 모습을 보여 '북한 눈치보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날 양승조 비서실장을 손학규 대표 대리인으로 조문하는 등 논쟁 긴급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번 조문이 국민여론과 북한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손 대표 참석여부를 두고 고민하다가 이같은 형식을 취했다.

  • ▲ 민주당 손학규(왼쪽)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 민주당 손학규(왼쪽)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그러나 고육지책에서 나온 손 대표의 '대리고문' 형식이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리조문은 손 대표가 당내 인사들과 두루 접촉하며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한다.

    원내대표단의 조문 결정은 별개로 하더라도 당의 상징인 손 대표가 직접 조문을 하면 비주류가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설 가능성도 있어서다.

    일부에선 여론에 떠밀리고 당내 비주류의 눈치까지 고려한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나 황 전 비서 조문을 계기로 민주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의 대북관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도 이날 중 별도 조문을 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황장엽 선생과 여러 가지 문제도 있었지만, 망자에 대한 너그러움은 우리가 가진 미풍양속"이라고 운위하며 뒤늦게 조문 의사를 밝혔다.

  • ▲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수양딸인 김숙향씨가 분향하고 있다
    ▲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수양딸인 김숙향씨가 분향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황 전 비서 조문에 대해 "지도부는 각지에서 국정감사를 하고 손 대표는 벼 베기 행사를 해서 아마 내가 가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충원 안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천정배 최고위원은 "(황 전 비서가) 분단 체제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지만, 당에서 공식적으로 조문 여부를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국장도 아닌데 그런 의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같은날 당 회의에서 "민주당 자체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국민적 추모의 열기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제1야당으로서 적절한 처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아예 빈소 방문 계획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비서 조문에 대해 민노당은 "아직 논의를 못했다"고 했고, 진보신당도 "아직 조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