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만 생기면 황장엽 전 비서를 험하게 비난해온 북한이 그가 사망한지 만 하루가 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다.

    1997년 2월 "주민들이 굶어 죽는데 사회주의가 무슨 소용이냐"며 우리 측에 귀순한 황 전 비서는 그후 일관되게 북한 김정일 독재체재의 잔혹성과 그 아래 신음하는 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알리는데 힘써왔다.

    심지어 타계 닷새 전 한 대북방송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에서도 그는 "도적의 지위를 3대째 물려주려고 철부지한테 대장 감투를 씌워놓은 채 주민들에게 만세를 부르라고 한다"면서 북한의 김정은 권력세습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에 이런 황 전 비서는 `눈엣가시'였다. 실제로 그가 남한에서 보낸 13년8개월 동안 북한은 기회만 생기면 욕설과 험담을 퍼부었고 생명의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북한이기에 황 전 비서의 죽음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험구'를 다시 열 것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퍼부은 비난의 수위를 보면 황 전 비서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사례만 봐도, 북한의 온라인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4월5일 '산송장의 역겨운 행각 놀음'이란 논평에서 미국 방문 후 일본에 머물던 황씨를 겨냥, "추악한 민족 반역자이자 늙다리 정신병자인 황가 놈이 도적 고양이처럼 숨어 다니지만 결코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황 전 비서가 일본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의 독재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한 2003년 12월에는 조선중앙통신이 나서 "일신의 향락을 위해 처자를 내던지고, 조국도 배반하고 도주한 인간쓰레기이자 노망하는 정신병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올해 4월에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황 전 비서의 망명 직후 김정일 위원장이 당간부들을 모아놓고 "인생도 얼마 남지 않은 74세에 당과 수령의 신임을 배반한 자를 어떻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 그는 인간이 아니며 개만도 못하다"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