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동기 안상수-손학규 첫 상견례 '기싸움'"내 취임연설 모방한거 아냐?"vs "미안하지만 못봤거든"
  •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7일 첫 상견례에서 기싸움을 벌였다. 양당 대표는 웃는 얼굴로 서로를 맞았으나 국정감사기간에다 예산국회를 앞두고 있는 점을 의식했는지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한치의 물러섬 없는 '창과 방패'의 경쟁을 벌였다.

    손 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9시 15분으로 예정됐던 상견례에 10여분 늦게 방문했다. 여당과 제1야당 대표의 첫 상견례 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손 대표는 의례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

    포문은 안 대표가 열었다. 안 대표는 "다른 사람이 1등을 하고 손 대표는 2등할 줄 알았는데…"라고 뼈있는 농을 건넸다.

    그러자 손 대표는 "왜? 3등은 아니고?"라고 웃으며 반문한 뒤 "(조직이) 조금 약한 게 아니라 아예 없었다. '당 내 기반이 없으니 되겠느냐'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역시 민심이 무섭더라"면서 자력당선이란 점을 강조하며 안 대표 공격도 받아쳤다.

  • ▲ 7일 오전 국회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7일 오전 국회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 대표가 이어 "여야관계가 상생의 정치로 갈 줄 알고 좋아했는데 처음부터 너무 겁나게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조금 헷갈린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내 입에서 나오는 얘기가 민심과 당심이 자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응수했다.

    또 안 대표가 "취임 연설을 보니까  '국민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제가 석달 전 당선 될때 취임연설한 것을 모방한 게 아닌가"라고 농담조로 묻자, 손 대표는 "그 때는 산속(춘천)에서 있어서 미안하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맞받았다.

    그러자 안 대표는 웃으면서 "특허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는데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치경쟁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경쟁을 하자"며 "과거처럼 너무 발목잡거나 정쟁위주로 하는 것에는 국민이 식상해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에 "가서 시장 한 바퀴 돌아보고 떡볶이를 사먹는 것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고 날을 세운 뒤"사진기자가 찍는 국민 속으로가 아니라 사진에 찍히지 않는 마음속의 국민에게 들어가는 정치를 해나가도록 하자"고 말했다.

    양 당 대표는 과거 비슷한 시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정치 동기다. 손 대표는 1993년 문민정부 초기에 민자당 소속으로 경기 광명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치에 첫발을 내딛었고, 안 대표는 1996년에서 신한국당 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근 14년이 흘러 정치 동기인 두 사람이 여야 수장이 돼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