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민주당’이 뜻하는 것  

     손학규 한나라당 출신 인사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민주당만 했던 인물들 중에는 아마 당수 감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김대중-노무현 세력과 386-486 좌파가 2012년을 의식해 비호남 진보파라 할 손학규 씨를 그들의 얼굴로 찜해서 내세운 것일 수도 있다.   

     손학규 씨는 경기고-서울대를 나와 옥스포드에서 박사를 한 교수 출신이다. 물론 3공화국과 유신 시절의 민주화-진보 운동권 출신이기도 하다. 손학규 씨가 김영삼 대통령의 발탁을 받아 한나라당 쪽으로 들어와서 경기도 지사도 하고 장관도 한 것을 적잖은 사람들은 합리적 진보파의 합리적 선택으로 여겨 긍정적으로 바라본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손학규 씨가 자신을 출세 시킨 한나라당을 홀연히 등지고 민주당으로 간 것에 대해서는 썩 좋지 않게 본 관점 역시 분명히 있었다. 손 씨로서는 그렇게 해도 괜찮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손 씨가 그런 처신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 하나로 그의 모든 걸 알 만하다" "아니 손 씨가 그런 인물인 줄을 정말 몰랐느냐? 정치학계에는 이미 그가 그런 사람이라는 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데"...하는 등의 논란이 그 무렵 무성했었다. 

     어쨌거나 그런 손학규 씨가 민주당 리더가 되었다. 그리고 손 씨는 “이명박 정부에 선전포고를 한 날”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손 씨가 이명박 정부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은 크게 시비 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파도 선전포고를 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엄청 나있으니까. 그러나 손 씨의 왔다 갔다 한 정치적 표변이 안고 있는 도의적 논란점과 민주당의 새 강령에 대해서는 그 지지자들이 아닌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문제 제기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새 강령은 종전의 ‘중도 개혁’을 삭제하고 “진보정책적 노선을 적극 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민주당이 갈수록 보수 진보의 양날개를 포괄하는 보편성을 버리고 이념적 특화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언론 관찰을 토대로 말한다면 민주당의 새 강령이 말하고 있는 ‘민주 자유 복지 평화 환경’ 등 ‘5대 가치’라는 것 또한 그런 이념적 사상적 특화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민주’란 보수주의적 민주주의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보다는 민중주의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정치적으로 이것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때로는 압도하는 김대중적 '들고 일어남"을 부추기거나, 그것에 편승하는 원외(院外) 광장투쟁을 선호(選好)하는 쪽으로 나갈지 모른다.  

     그리고 ‘복지’는 경제 분야에서 포퓰리즘에 따른 국가개입의 확대, 더 많은 공짜 선심 정책, 부유세 신설 등 조세 (租稅) 확대, 노사정(勞使政) 관계와 분배에서의 조합주의(copratism)적 시책, 대기업 (귀족)노조  편들기, FTA 반대를 암시할 것이다. ‘평화’는 더 무조건적이고 대폭적인 '햇볕’과, 한미공조보다 북과의 '민족공조'를 의도할 것이다. '환경'은 4대강 반대와 '천성산 도룡뇽 우선주의' 같은 것을 말할 것이다. ‘자유’는 뭘 말하는지 불확실하다. 그냥 구색삼아 갖다 붙인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민주당의 이런 '진보(좌파) 공식화' 선언으로 인해 우리 정계에선 보수 양당제나 보수-중도 양당제는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중도 여당과 진보(좌파) 야당 시대가 들어설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중도화’를 선언함으로써 건국-산업화로 이어져서 민주화 우파와 합류한 흐름을 끊어 버리려 하고 있다(말이야 끊는 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리고 민주당은 ‘중도 폐기’를 선언함으로써 신익희 조병옥 장면의 전통야당의 흔적조차 명실상부하게 완전히 지워 버리려 하고 있다. 김대중이 임종기 직전까지 오래 오래 감추어 왔던 진짜 속내대로 되는 셈이다. 

     이런 민주당은 앞으로 민노당 내외의 종북파, 진보신당 등 그 나름의 좌파 근본주의 정파들, 민노총, 전교조, 전공노 등과 더불어 범좌파 통합 또는 통일전선, 또는 선거 공조(후보 단일화 등)로 나아갈 것이다. 이 연대는 김정일 김정은의 통일전선론 또는 진보 대연합론과 만나면서 그것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우리 정치를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나갈 것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좌파에 대한 투쟁을 포기하고 스스로 좌(左)로 몇 클릭 할 것을 기약함으로써 우리 정계에서 남북한 범좌파 통일전선에 맞설 우파 정당이 소멸했다는 점이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