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장 끝없는 도전 (28)

     「아카마스를 찔렀습니다.」
    식당 주방으로 뛰어 들어온 손두영이 말했을 때 나는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듣지 못했다.

    오후 8시 반, 나는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로니」식당에서 그릇을 씻고 있던 중이었다. 내 옆에 바짝 다가붙은 손두영이 가쁜 숨을 가누면서 말을 잇는다.
    「식당에 들어서는 그놈을 현관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찌르고 도망쳐온 길입니다.」
    「아니, 그게 정말이오?」

    그때서야 상황을 알아챈 내가 다급하게 물었더니 손두영이 손등으로 이마에 번진 땀을 닦는다.

    1906년 1월 중순, 주방에서 일하던 인도인과 흑인 종업원이 이쪽을 힐끗거렸으므로 나는 손두영의 팔을 끌고 주방 뒷문으로 나왔다. 밖은 눈바람이 휘몰려 왔으므로 우리는 옆쪽 창고 안으로 들어가 마주보고 섰다. 불을 켜지 않은 창고 안에서 손두영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그래, 아카마스는 죽었소?」
    내가 물었더니 손두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배를 깊숙이 찔렀으니 죽었을겝니다.」
    「어허, 손형, 혼자서?」
    「나하고 박성삼이 둘이서 맡았는데 박성삼이는 망을 보았고 내가 찔렀지요. 그리고는 곧장 이곳으로 달려온 길이오.」
    「어디에서?」
    「아랫쪽 「프린스」식당이오.」

    내 얼굴이 굳어졌다. 프린스 식당은 강을 따라 아래쪽으로 이백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손두영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주머니에서 헝겊에 싼 뭉치를 꺼내 내밀었다.

    「믿을 사람을 찾다가 이선생께 부탁드리려고 왔습니다.」
    「이게 뭡니까?」
    내민 뭉치를 받은 내가 물었다. 헝겊으로 싼 뭉치는 제법 묵직했다.

    그때 손두영이 말했다.
    「내 가게 열쇠와 아직 조선 땅에 남아있는 어머님, 처자식에게 보내는 편지올시다. 그 안에 내가 모은 돈이 1천불 정도 들었으니 이선생께서 꼭 좀 내 가족에게 보내 주시오.」
    「그러지요.」

    선선히 승낙한 내가 길게 숨을 뱉았다.
    조금씩 충격에서 깨어나 현실 문제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아카마스를 살해했다니 워싱턴 전역에 비상이 걸릴 것이었다. 더욱이 대한제국이 일본국과 보호조약을 체결한 직후인 것이다.

    다시 손두영이 말을 잇는다.
    「김윤경을 죽이려고 했지만 그놈은 눈치를 챘는지 조금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혀 바깥 출입을 안하고 있어서 몰래 귀국 했다는 소문도 났습니다.」
    그래서 김윤정의 상전격인 아카마스를 노렸다는 것이다.

    「그래, 손동지는 어디로 피신하실 계획이시오?」
    내가 물었더니 손두영이 어둠속에서 쓸쓸하게 웃는다.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엔젤리스로 가서 동지들과 합류 하겠습니다.」
    「부디 몸 조심하시오.」
    「그럼 가겠습니다. 선생님. 부디.」
    「편지나 돈은 꼭 전해 드릴테니 마음 놓으시오.」
    「부탁드립니다.」

    손두영이 갑자기 내 손을 두 손으로 잡고는 울먹였다.
    「언제 꼭 다시 만나지요. 선생님.」
    「손동지, 손동지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요.」

    마침내 나도 목이 메었다. 손두영의 손을 두손으로 감싸안고 나는 말을 이었다.
    「우리 그날까지 꼭 견디어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