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혁개방에 긍정적 영향 미칠 것 기대"靑, 김정일 방중에도 한·중 관계는 이상 없다
  • 왜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긍정적으로 봤을까.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의 사과는 없었고, 우리 정부도 북한의 사과와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없이는 남북관계가 재개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은 없다.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이 보인 태도로 한·중 관계는 더 불편해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 뚜렷하고, 중국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적잖은 상황이다. 이런 때 김 위원장의 돌연 중국행에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도 잔뜩 긴장했다.

    미국은 더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사실상 북한 정권의 3대 권력세습을 윤허한 중국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에 자주 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이 대통령의 31일 국무회의 발언은 여론에 혼선을 줄 우려가 농후하다.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을 위해 춘추관을 찾은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 대통령 발언 배경 설명에 할애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중국 측이 류우익 주중대사를 통해 보내온 김 위원장과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공개된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간 회담 내용 중 김 대변인이 강조한 부분은 '경제'다.

    [다음은 김 대변인이 소개한 후진타오 주석과 김 위원장 회담 중 경제 관련 발언]

    후진타오 "경제건설을 중심으로 각종 사회주의 현대화 사업의 전면적 발전을 추진하고, 민생 보장과 개선 노력을 끊임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중국 개혁개방 30여 년간의 기본 경험임. 경제 발전은 자력갱생을 통해야 하나, 대외 협력과도 불가분인 것임. 이는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고 국가발전을 가속화 하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길임"

    김정일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신속한 발전을 이루어 곳곳에서 생기가 넘쳐나고 있음. 본인은 이러한 역사의 산 증인임. 이는 중국당과 정부의 둥베이 노후공업기지 진흥정책, 서부 대개발 전략 지역 간 균형발전 및 사회우즤 조화사회 건설에 대한 방침이 매우 정확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임. 지린은 내가 예전에 생활했던 곳인데, 살던 곳에 다시 찾아와보니 이곳의 거대한 변화와 발전에 매우 놀랐고 많은 것을 느꼈음"

    김 대변인은 두 사람의 이런 발언을 소개한 뒤 "김 위원장이 중국의 발전상을 직접 보는 것이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는 기대를 하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기조에서 이 대통령의 말씀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변인이 우려한 다른 하나는 김 위원장 방중으로 한·중 관계가 더 불편해 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는 "중국 측에서 류 대사를 통해 보다 더 상세한 내용이 전달됐다"며 양국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날 청와대 방문한 천즈리(陳至立) 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의 접견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천 부위원장에게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 당시 후진타오 주석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발전된 한·중 관계를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천 부위원장에게 "어려운 시기에 후 주석과 나눈 대화를 통해 (중국이) 믿을 수 있는 관계라는 신뢰를 가졌다. 남들이 뭐라 하든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양국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화였다"며 "당시 후 주석에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이웃이 좋다'는 한국 속담을 소개했더니 후 주석도 '우리도 좋은 이웃사촌이라는 똑같은 속담이 있다'고 화답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천 부위원장에게 "양국 간 경제관계는 가장 왕래가 많아 특히 국민들간 관계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관계"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런 발언들을 소개한 뒤 "오늘 아침 언론이나 며칠 동안 몇 군데 언론에서 한국과 미국 한 축, 북한과 중국 한 축을 만들어 대결국면과 냉전국면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다"며 "그런 쪽으로만 해석을 하는 것은 현 국제상황을 너무 이분법적으로만 보고 복잡한 관계를 잘 이해 못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청와대는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우리를 중국의 대척점에 놓는 게 국제사회의 적절한 시각이 아니란 것"이라며 "이 대통령도 이런 냉전적 시각,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지 말고 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