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졌어.」
    삼각김밥을 풀면서 이동규가 말했다.

    이놈의 김밥이 잘 안풀려서 김만 빠져나왔다. 그것을 본 심명하가 김밥을 낚아채더니 금방 깨끗하게 다듬었다.

    「그럴줄 알았어.」
    김밥을 내밀면서 심명하가 말했다. 시선은 이동규의 목에서 10센티쯤 비껴나 있다.

    「어쩐지 수상쩍더라니.」
    「내가 그만 만나자고 했어.」

    그렇게 말한 즉시 이동규는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지만 심명하는 누가 선수를 쳤는지 따위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정색한 심명하가 입을 열었다.
    「네가 미국 가는건 그것 때문이지?」
    「그거라니?」

    알면서도 되물은 이동규가 김밥을 베어 물었다. 지끈지끈 씹는 옆쪽 볼이 따갑게 느껴졌다. 심명하의 시선 때문이다. 그래서 마침내 입안의 김밥을 삼키고 나서 광장을 향한 채로 대답했다.

    「쫌 영향이 있겠지.」
    「너, 상처가 컸구나?」
    「웃기고 있어.」

    어깨를 편 이동규가 머리를 돌려 심명하를 보았다. 김밥은 맛이 없었다. 목구멍에 조금 걸려 있는 것 같아서 우유를 마시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눈을 치켜 뜬 이동규가 말했다.
    「내가 그만 만나자고 했다니까 그러네.」
    「그래, 누가 그랬던 간에.」
    「나하고 안맞는 애였어. 뭐랄까 집념이랄까 승부욕, 그런게 있었을 뿐야.」
    「......」
    「근데 자고 나니까 허전하고 허무하고 그러더라니까? 내 눈치를 챈 걔는 화를 내고.」
    「......」
    「그래서 그만 두자고 했지.」
    「너, 지금 가야돼?」
    불쑥 심명하가 묻는 바람에 이동규가 우유팩을 들었다.

    「내가 이제는 네 패턴을 알아.」
    우유팩을 뜯는 이동규의 손놀림을 보면서 심명하가 말을 잇는다.
    「자신감 결여, 충동적 행동, 거기에다 우유부단, 정서불안.」

    이번에 우유팩은 잘 열렸다. 가시 돋친 심명하의 말이 오히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 같았다.

    그때 심명하가 말을 잇는다.
    「장점도 있어. 책임감, 지가 저지른 일은 잘했건 못했건 간에 매듭을 짓는.」
    「나, 누구 임신 시킨 적 없어.」
    하고 이동규가 느물거렸다가 심명하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는 입맛을 다셨다.

    그때 심명하가 다시 묻는다.
    「나, 지금 가야 되냐구 물었다.」
    「가면 좋고.」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사주께.」
    「너네 집 부자냐?」
    「머, 쫌 먹고는 살아.」
    「여기서 기다려.」
    그러면서 심명하가 자리에서 일어섰으므로 이동규는 시선만 주었다.

    심명하가 빠른 걸음으로 식당 옆쪽의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조금 머리를 들고 남자처럼 다리를 쭉쭉 뻗었는데 발은 약간 바깥쪽으로 벌어져서 자연스럽다. 그러고 보니 심명하의 걷는 모습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지기미, 쟤도 이십일 남았어.」
    저도 모르게 혼잣소리로 말한 이동규가 길게 숨을 뱉는다.
    자고 일어나면 이제 날짜 세는 버릇이 들었다. 입대 날짜를 세는 것이다.

    심명하의 뒷모습에 대고 다시 이동규가 말했다.
    「시발, 도장이나 찍고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