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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잔을 든 심명하의 옆모습이 신선했다. 이 각도에서 처음 눈여겨보았기 때문일까?
지금 이동규는 학교 식당의 구석자리에 앉아 비스듬한 앞쪽 위치에 앉아있는 심명하를 바라보고 있다.오후 12시 반, 식당은 학생들이 절반쯤 차 있다. 개학이 다음 주로 다가와서 실컷 놀고 온 티가 나는 애들도 있고 어떤 애는 햇볕을 쪼이지 못해 누렇다.
심명하는 오늘도 식탁 위에다 책을 펴놓고 있다. 강릉으로 떠나려다가 문득 심명하 생각이 나서 학교로 찾아왔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주저하게 된 것이다.
매사가 이렇다. 불쑥 저질러 놓고 수습하면서 망설이거나 후회한다.
오늘도 심명하 데리고 강릉에 가고 싶었지만 전화도 하지 않고 와서 이런다. 그냥 앉아있기가 그래서 우유 한팩하고 삼각 김밥을 샀지만 둘 다 손도 대지 않았다.이동규가 길게 숨을 뱉고나서 다시 심명하를 본 순간이었다. 이쪽을 바라보는 심명하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몸을 반쯤 비튼 심명하의 눈과 입이 딱 벌어져 있다. 직선거리는 10미터쯤 될까?
그러나 그 사이에 식탁이 다섯 개쯤 놓여졌고 시선 좌우로 앉은 학생만 스무명도 넘을 것이다. 그리고 심명하는 몸을 45도 쯤이나 비틀어야 이쪽을 발견할 수 있는 위치였다.
「하이.」
하면서 이동규가 한 손을 들고 멋쩍은 웃음을 띄워 보였을 때 심명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왔다.이제는 화난 것처럼 눈썹이 치켜 올려져 있다.
「하이.」
이동규의 앞쪽에 다가선 심명하에게 다시 아는 척을 했다.「너, 언제 온거야?」
털석 앞쪽에 앉으면서 심명하가 묻자 옆쪽 학생들이 시선을 주었다.
「조금 전에.」
「여기서 뭐해?」
「뭐하긴? 밥 먹으려고.」
하면서 이동규가 우유팩을 들었을 때 심명하가 삼각김밥을 쥐고 일어섰다.
「나가자.」이동규는 잠자코 심명하를 따라 식당을 나온다. 식당 건너편의 연구동 그늘 밑에는 광장을 향해 벤치가 나란히 놓여져 있다. 벤치는 다 비어 있었고 늦여름의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광장도 텅 비었다.
벤치에 앉았을 때 심명하가 그때까지 들고 있던 삼각김밥을 건네주며 물었다.
「나 보려고 왔니?」
「웃겨」
했다가 이동규가 정색하고 물었다.
「나하고 지금 강릉 안갈래?」
「강릉은 왜?」심명하가 놀라지도 않고 묻는 바람에 김이 빠지긴 했지만 말 할 용기는 났다.
「할아버지한테 인사 가는데 그냥.」
「근데 내가 왜 가?」
「아니, 걍 같이 놀러가자구.」
「할아버지한테 간다면서?」
「응, 내가.」
「그럼 난 뭔데?」
「넌 할아버지 안만나도 돼. 내가 할아버지 잠깐 만나면 되니까.」말하다보니 정리가 안된 리포트 같아서 이동규가 요점을 말했다.
「너하고 같이 일박이일도 좋고 이박삼일도 좋으니까 여행 가고 싶어서.」
「......」
「외할아버지한테는 잠깐 들리면 돼. 인사나 하려고 가는 것이니까.」
「너, 참 웃긴다.」쓴웃음을 지은 심명하가 이동규를 똑바로 보았다.
「니 여자친구는 어떻게 되었어? 그것부터 까놓고 말해봐.」심명하의 시선을 받은 이동규가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