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사죄를 위해서는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 ▲ 최서면씨.
    ▲ 최서면씨.


    한.일 근대사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최서면(82) 국제한국연구원장이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날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발표한 담화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본 식민지 지배의 강제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등 일각에서 진일보한 내용의 담화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 총리 담화에 대해 여든 해가 넘는 평생을 한.일 근대사 연구에 천착한 노(老)학자가 던진 일침이다.
    올해 초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해 '어른스런 외교'를 주문했던 최 원장의 연륜이 묻어나는 비판을 일본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운전하다가 차로 사람을 치었으면 그 사람을 치료해야지 죄가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법"이라며 "`다시는 사람을 치지 않도록 운전에 주의하겠다'고만 한다면 하나님이라도 그 잘못을 용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는 잘못에는 사죄와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인류 보편적 원칙에서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최 원장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최 원장은 "내 기억으로 일본 국민을 대표하는 일왕(천황)이 두 번에 걸쳐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했고 이는 무라야마 담화나 그 누구의 담화에 못지않은 의미가 있다"며 "문제는 일왕은 행정권이 없어서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일본 내각의 불충분한 노력이 문제"라면서 "이는 한국이 일본에 병합당했다는 인식이 부족한 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당시 독일 대통령이 1985년 5월8일 폴란드에서 행한 패전 40주년 기념 연설을 화두로 꺼냈다.
    '과거에 대해서 눈을 감는 자는 현재에 대해서 눈먼 장님이 된다'며 독일의 강제수용소에서 살해된 600만명의 유대인들, 독일이 저지른 전쟁으로 고통을 겪은 모든 민족을 먼저 기억하라고 동포들에게 호소한 이 연설에서 일본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왜 이런 종전기념일이 있게 됐는지, 독일이 뭘 잘못했는지를 짚고 넘어갔다"면서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본이 왜 이런 담화를 발표해야 하는지, 뭘 잘못했는지 따지지 않은 채 행하는 사과는 효과가 없다"고 일갈했다.
    일본 내 우리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해서도 최 원장은 인류의 보편적 원칙에 따른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게 문화재라는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경험한 결과 만들어 낸 대원칙"이라며 "훔쳐온 거면 훔친 데 가져다 놓으면 되고 빼앗은 거면 빼앗은 데 가져다 놓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과거 일본이 북한대첩비를 북한에 보낼 때 개성에 갔었는데 어떤 기자가 나에게 소감을 묻기에 이렇게 말해줬다"면서 `문화재는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는 게 인류가 발견한 대원칙이며 그대로 실현돼서 기쁘다'고 답변한 일화를 소개했다.
    문화재 반환 문제는 이런 보편적 원칙에 따라 해결할 문제지 국민의 여론에 반응 등에 따라 어떤 방향을 설정해 놓고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게 최 원장의 지론이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시점에 '보편적 원칙만 따르면 된다'는 최 원장의 이런 주장에 얼마나 많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 나아가 국민들이 공감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웃하고 싸우지 말고 인류가 살아가는 데 취해야 할 원칙을 서로 잘 이행하면 한.일간 새로운 100년은 좋은 관계로 잘 지내지 않겠느냐"는 최 원장의 제언에서는 평범한 내용임에도 듣는이로 하여금 무언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힘이 분명히 느껴진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