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에 '왕차관' 얘기가 나오더라"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지난 13일 내정된 차관급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당의 친이계 일부 소장파로 부터 공격받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이 대통령이 직접 지목한 것이다. 박 차관은 지난 13일 차관급 인사를 통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서 자리를 옮겼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일부 친이계 소장파로 부터 '완전한 퇴진'을 요구받았던 그가 '자리이동'으로 다시 건재함을 드러내자 여의도 정가의 불만은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그에게 차관 임명장을 주고 부부동반으로 오찬을 함께 하면서 "내가 임명한 사람 중에 '왕'씨는 없는데"라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박 차관에 대한 여의도의 비판에 대한 이 대통령의 답인 셈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른 바 '실세차관'을 그렇게 부르나 보던데 나에게는 그런 실세가 없다. 나는 일 잘하는 사람 좋아하고 일 열심히 하면 실세다. 여러분들도 일 잘해서 실세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으로 부터 임명장을 받은 장.차관은 임채민 국무총리 실장과 정종수 중앙노동위원장,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권영규 서울시 1부시장, 김영걸 서울시 2부시장,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이수원 특허청장 등이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차관급 인사들과 이렇게 오찬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각별히 향후 차관으로서 가져야 될 자세에 대해 강조하기 위해 특별한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고 오찬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에게 "모든 것의 중심에 나라를 두어 달라"며 "차관으로 오기까지 각자 무엇을 해 왔든 이제부터는 나라가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글로벌 세상을 내다본 대한민국의 차관으로 일 해 달라"며 "급하게 뛰어오며 우리나라가 이 만큼 이룬 게 많지만 아직 어두운 그림자가 있고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다. 여러분이 각별히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 메뉴로 설렁탕을 대접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오찬을 하면서 특별히 음식에 대한 말씀은 잘 안하시는데 오늘은 음식에 대해 말씀이 있으셨다. 취임 전 자주 들르던 설렁탕집에서 주문해 대접했는데 이 대통령은 '내가 맛있게 먹던 것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