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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네 형한테 생각 해보겠다고 말했다면서? 고모한테 들었다.」
안면도에서 돌아온 날 저녁때 어머니가 물었다.이동민이 고모에게, 고모가 어머니에게로 전달이 되는 것이다. 다시 버럭 화가 솟구친 이동규가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그 시발놈이 거짓말 한겨. 난 생각해보겠다고 한적 없어.」
「얘, 동규야.」외출 준비를 마친 어머니는 다시 30대 후반 쯤의 섹시걸이 되었다. 오늘도 일산 나이트에 갔다가 외박하고 올것인가?
「네 형이나 아버지는 너 생각해서 그런거야. 난 상관하지 마.」
「엄마는 뭘 상관하지 말라는겨?」마침 수원댁이 슈퍼로 휴지를 사러갔기 때문에 집 안에는 둘이다. 냉장고 앞에서 얼쩡대던 이동규가 작심한 표정으로 어머니 앞쪽 소파에 앉는다.
이동규의 시선을 외면한 어머니가 대답했다.
「니 형이 나 무시하는거 말이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니까 넌 상관하지 말란 말야.」
「웃기고 자빠졌네.」
했다가 자빠진 상대는 어머니가 아니란 것을 알리려고 이동규가 덧붙였다.
「그 LA놈들 말야. 누굴 무시해? 그렇다면 나도 무시해 줄게.」
「내가 잘못해서 헤어진 거야. 그걸 니 형이 안단다. 니 형이 사춘기때여서 상처 많이 받았어.」어머니가 단숨에 말하는 바람에 이동규는 제지도 못했다. 그래서 눈만 껌벅였는데 어머니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바람을 피웠어. 며칠씩 외박을 했단다. 네 아버지하고 나중에는 열다섯살짜리 네 형까지 날 말렸어. 그런데 안되더라.」어머니가 손 끝으로 눈물을 닦는다. 어머니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눈 밑의 마스카라가 눈물에 젖어서 검은 물이 번져졌다. 이런 말을 하려고 했다면 마스카라를 안하고 나왔겠지.
그때 어머니가 흉해진 눈으로 이동규를 보았다.
「네 형이 울면서 하던 말이 지금도 생생해. 엄마, 제발 정신차려. 왜 이러는거야? 어린 동규를 봐서라도 정신차려.」
「......」
「그런데 못참았어. 그래서 헤어졌지. 아버지가 너까지 데려간다는 걸 내가 잡은건 그냥 외로웠기 때문이지 자식 사랑은 아녔어. 자식을 사랑했다면 네 형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겠지.」
「......」
「헤어지고 나서 석달쯤 되어서 정신이 들더라. 하지만 그때는 다 엎질러진 물이었지. 그래서 이렇게 되었단다.」
「다 끝났어?」머리를 든 이동규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묻자 어머니는 그냥 말을 이었다.
「넌 아버지한테 가야돼. 나하고 같이 있으면 득 될 것 아무것도 없어.」
「재산은 어떻게 할 건데?」불쑥 이동규가 묻자 어머니는 눈만 크게 떴다. 이동규가 손가락 둘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말을 잇는다.
「엄마가 외할아버지한테서 받은 유산 말야. 그건 어떤놈 자지에다 걸어 줄껴?」
「다 네거야.」어머니가 화도 내지 않고 말을 잇는다.
「서류 다 해놨어. 모두 다 네 앞으로. 나 죽으면 다 네것이 되도록 변호사 입회 하에 공증까지 받았어. 그건 외할아버지도 다 알아.」그 순간 다시 어머니의 눈에서 검은 흙탕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또 너까지 배신할 줄 알았니? 그럼 인간이 아니게? 내가 널 얼마나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이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