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11월 23일 새벽 1시50분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육군 6사단 예하 181GP 내무반에서 수류탄 1발이 터졌다. 이 사고로 허모(21) 병장과 이모(21) 이병 등 5명이 각각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내무반에서 터진 수류탄은 KG14 경량형 세열수류탄(한화 K413제품)이었다. KG14 수류탄은 1000여개의 구슬로 만들어졌다. 이는 육군 고위 관계자의 국방위 증언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또 당시 부상자들의 X-ray 사진 역시 공개됐다.

  • ▲ 연천 530GP 희생자의 몸에서 나온 마름모꼴 파편 ⓒ 뉴데일리
    ▲ 연천 530GP 희생자의 몸에서 나온 마름모꼴 파편 ⓒ 뉴데일리

    181GP 사건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 2005년 6월 19일 일어난 연천군 육군 28사단 530GP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김동민 일병이 내무반에 터트린 어떤 수류탄이었을까? 여기서 군 당국과 유족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530GP에서 죽음을 맞은 8명의 장병들은 마름모 꼴의 파편과 상흔이 발견됐다. 여기서 유족들은 세열수류탄인 KG14에 의한 죽음이 아니라 북한군의 미상화기에 의한 피격 사망이라는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군은 수출용 신형수류탄인 H87탄에 의한 사망으로 H87탄의 파편이 마름모라고 해명에 나섰다.
    H87탄은 보병들이 주로 사용하는 세열 수류탄(K400), KG14 경량형 세열수류탄에 비해 크기는 70%, 중량은 40% 수준의 수류탄이다. 한국화약이 (주)아씨멕스사에 연구개발 용역을 줘 6년만인 1993년 개발했다. 세열수류탄의 파편이 강철 탄피가 폭발 때의 충격으로 산산이 부서지면서 생겨 불규칙적이고 숫자가 적은 반면, H8 7탄은 2.3㎜크기의 정육면체형 강철 파편 1100여개를 알루미늄 합금 몸체위에 특수접착제로 일일이 붙이기 때문에 파편의 형태가 고르고 숫자가 많아 파괴력이 크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 같은 군 당국의 해명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530GP에 사건 당시 근무했거나 사건 앞뒤로 전역을 한 장병들이 H87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유족 대표인 조두하 한국폴리텍대 교수는 “사고 3년 뒤에 일어난 181GP 부상자의 X-ray 사진을 보면 KG14 수류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보다 3년 전에 일어난 530GP 사건에서 수출용 H87탄을 사용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을 제작사인 한화 측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530GP 사망자들의 X-ray를 장례 치르기 전에 찍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X-ray을 공개하지 않고 전투복도 서둘러 불태운 것은 수류탄 문제를 감추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16일까지 유족들의 공개질의에 대한 회신을 군에서 보내기로 했지만 17일 현재 회신이 오지 않았다”고 밝히고 “회신을 검토한 뒤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그는 “생존 장병 및 당시 부대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군이 주장하는 대로 선임병들의 비인간적 언어폭력에 김동민 일병이 범행을 했다면 범행 동기를 유발한 선임병들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언어폭력과 함께 경계근무 수칙을 어긴 생존병사 3명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라며 “이들의 국가유공자 지위에 대한 취소처분 청구 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