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카펫을 향해 연신 고개를 기웃거리던 한 소녀는 "1년 만이다"라며 설레이는 표정으로 친구를 마주본채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 15일 오후 부천시민회관은 부쩍 붐볐다. 내내 울상이던 하늘은 이내 맑은 기운을 뿜어내며 부천시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올해로 14번째 생일을 맞은 아시아 최대의 장르영화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 2010)의 개막식에는 영화계를 이끄는 각계 인사들과 배우들이 참석해 축제의 화려한 서막을 알렸다.

    PiFan 2010의 리더필름 상영과 애니메이션 크루의 오프닝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막을 연 개막식은 올해 영화제의 부집행위원장을 맡아 활약하고 있는 배우 공형진과 최정원이 사회를 맡아 재치있는 말솜씨로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모았다.

     

  •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공형진(좌)과 최정원(우) ⓒ 김상엽 기자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공형진(좌)과 최정원(우) ⓒ 김상엽 기자

    개막식의 뜨거운 열기를 빗대 ‘에어컨이 빵빵한데도’라고 이야기한 최정원에 대해 공형진은 “국제 영화제에서 거침없는 표현”이라며 “원래 잘 당황하지 않는 성격인데, 지금 대단히 빵빵하게 당황했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영화제의 조직위원장 김만수 부천시장은 “90만 부천 시민과 함께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며 “PiFan의 탄생에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부천 영화제의 진정한 르네상스와 함께 부천도 문화와 창조가 넘쳐나는 도시가 될 것을 약속하며, 사랑과 환상 모험의 영화 세상을 마음껏 즐겨 주시길 바란다”고 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김만수 부천시장(좌)과 김영빈 집행위원장(우) ⓒ 김상엽 기자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김만수 부천시장(좌)과 김영빈 집행위원장(우) ⓒ 김상엽 기자 

    이날 개막식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홍건표 전 조직위원장 등 각계 인사들이 한데 모여 영화제의 성공을 빌었다. 김영빈 집행위원장은 “14년간의 PiFan 역사는 영예롭지만은 않았다”라며 지난날을 회상한 뒤 “여러 난관과 그것을 극복하고 목격했던 많은 분들이 이곳에 모였다.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축하를 전한다. 영화가 본개의 이미지와 소리 어우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따뜻한 관심과 가르에 보답하기 위해 세계 속 권위있는 영화제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전했다.

  •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피판레이디 황정음 ⓒ 김상엽 기자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피판레이디 황정음 ⓒ 김상엽 기자

    부천초이스의 장편과 단편 심사위원단의 소개와 함께 무대에 오른 김대승 감독은 “특별한 심사기준 없고, 영화가 얼마나 독창적이고 목표에 따라 치열히 달려가는가를 평하겠다. 심사위원들의 개성과 취향이 잘 모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예지원은 “많은 분들의 꿈의 장이 되길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PiFan 2010의 홍보대사이자 영화제의 꽃인 피판레이디(PiFan Lady) 황정음이 등장해 사랑스러운 미소로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영광입니다.”라고 말 문을 연 뒤 “PiFan은 관객과 함께 즐기는 축제 될 것입니다. 저 역시 더 많은 관객과 함께 즐거운 축제를 누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 하겠습니다”라고 말해 객석으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액터스 어워드와 판타지아 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다. 먼저, 액터스 어워드는 한국영화배우협회의 동료배우들이 선정한 PiFan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를 가리는 것으로 배우 류승범이 선정돼 트로피를 받았다. 이덕화 이사장의 호명으로 무대에 등장한 류승범은 “감히 우러러 볼 수도 없는 이덕화 선배님께 상을 받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앞으로도 항상 영화계의 막둥이로 귀엽게 판타스틱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액터스 어워드상을 수상한 류승범(좌)과 판타지아 어워드에 선정된 고수(중), 조여정(우) ⓒ 김상엽 기자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액터스 어워드상을 수상한 류승범(좌)과 판타지아 어워드에 선정된 고수(중), 조여정(우) ⓒ 김상엽 기자

    이어 부천 시민들이 꼽은 올해의 최고 인기배우상인 판타지아 어워드에는 김만수 조직위원장이 시상자로 나서 ‘백야행’ 고수와 ‘방자전’ 조여정에게 수상했다. 단정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고수는 “매번 모자를 쓰고 영화제를 보러 왔었는데 상 받으러 와서 좋습니다”라고 웃어 보였다. 또한, 블랙 미니원피스로 우아한 매력을 선보인 조여정은 “선배님들과 관계자분들을 뵙게되서 감격적이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부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라고 부천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PiFan 2010의 개막작으로는 영화 ‘엑스페리먼트’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폴 쉐어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에이드리언 브로디, 포레스트 위테커가 열연했다. 지난 2001년 제작돼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안 독일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기본적인 설정과 서사의 전개를 가져오며 할리우드식 정교함을 가미시켜 안정된 전개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엑스페리먼트'의 폴 쉐어링 감독 ⓒ 김상엽 기자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엑스페리먼트'의 폴 쉐어링 감독 ⓒ 김상엽 기자 

    실제 스탠포드 대학에서 실험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양화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기 위한 심리학 실험의 참가자들이 14일간 죄수와 간수로 나뉘어 임시감옥에서 각자의 열할을 수행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그 안에서 참가자들은 서서히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게 되고, 간수들과 죄수들 사이의 갈등은 폭력으로 치닫는다. 폴 쉐어링 감독은 감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치밀한 이야기 전개와 매력적인 설정으로 전세계 미드팬들을 열광시켰던 장본인답게 ‘엑스페리먼트’에서도 역시 등장인물들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PiFan 2010을 위해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폴 쉐어링 감독은 이날 무대에 올라 영화의 첫 공개에 대한 기대감과 감격을 전했다. 폴 쉐어링 감독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해 객석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뒤 “현대사회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것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프리즌 브레이크’ 이후 영화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랑∙환상∙모험’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PiFan 2010은 총 42개국이 참가해 19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관객이 꿈꾸는 판타지의 세상을 보여줄  PiFan 2010은 오는 25일까지 11일간 다양한 영화들과 즐거운 이벤트로 무장, 부천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