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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 출범한 민선5기 인천시가 항만업계와 공직사회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로 조직개편을 강행, 일방적인 행정으로 비난을 샀던 과거 시의 모습을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인천시의회도 시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검토를 요구하는 의견들을 표결로 누르고 같은 당 송영길 시장을 편들어 '거수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항만공항물류국 왜 서둘러 폐지하나
인천시는 송영길 시장이 취임한지 불과 5일만인 지난 6일 시의 11개 실.국.본부 가운데 하나인 항만공항물류국을 없애는 조직개편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개인은 공고 다음날인 7일까지 의견을 내라고 했다.
대신 경제수도추진본부를 만들고, 시 국장급(3급)인 본부장과 과장급(4급) 담당관 2개 자리에 민간인을 임명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게 조직개편안의 주 내용이다.
'경제수도'는 송 시장의 지방선거 캐치프레이즈인 '경제수도 인천 건설'에서 따온 명칭이다.
시는 입법예고 공고 3일 뒤인 지난 9일 시의회에 해당 조례안을 서둘러 제출했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에 출석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인구를 기준으로 정한 규정에 따라 인천시는 11개 실.국.본부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신임 시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1개 본부를 새로 만들려면 기존의 1개국은 없애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항만공항물류국을 없애는데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항만공항물류국 산하 2개 과는 경제수도추진본부에 남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고 항만과 공항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항만업계.공직사회 반대 의견 '불통'
항만 관련 기업.단체로 구성된 인천항발전협의회는 지난 7일 항만공항물류국 폐지에 반대하는 공문을 시에 제출하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귀복 협의회장은 "시장이 여러 가지를 고려했겠지만 '국'과 '과'는 위치나 역할에서 차이가 크다"면서 "공항과 항만 발전을 위한 전담국이 중앙정부와 협력해 관련 예산을 많이 따오는 게 중요한데 시의 이번 결정은 잘못됐다"라고 지적했다.
인천항운노동조합 이해우 위원장은 "시가 중앙부처와 인천항 관련 정책을 협의할 때 국장이 나서는 것과 과장이 나서는 것은 시작부터 무게가 다르다"면서 "인천항의 생산유발효과가 인천지역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시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게 이해가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시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시의 한 간부는 "경제수도추진본부의 신설 취지를 감안할 때 공항과 항만은 인프라에 불과하고 실제 정책 수단을 가진 실.국은 경제통상국인데 서둘러 항만공항물류국을 폐지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인천시공무원노조는 시정 운영에서 중요한 조직개편이 일방적으로 급하게 이뤄지는데 우려를 표시하며 집행부가 지난 13~14일 시장과 정무부시장을 만나 철회를 요구했고, 시의회 의장도 방문해 제동을 걸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거수기' 논란 또 휩싸인 시의회
인천시의회도 이번 조직개편이 너무 급하게 이뤄졌고 내용 상 보완할 점이 있다는데 공감했지만 실제 의사결정과는 상관이 없었다.
전체 38석 중 민주당이 23석을 차지한 6대 시의회는 출범 후 논란이 된 첫 현안 처리에서 같은 당 소속인 송 시장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행정위는 15일 조례안 심의에서 민주당 의원 6명의 찬성과 한나라당 의원 1명을 반대로 조직개편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 자리에서는 민주당 의원들 조차 "이번 조직개편을 놓고 밖에서는 '시장의 자기사람 심기다', '시민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식의 비판이 많다"라는 지적과 "시가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동의하지 않겠다"라는 경고를 했다.
상임위에서 혼자 반대표를 던진 한나라당 의원은 "동료 위원들이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그냥 찬성하라고 했지만 '항구도시 인천'에서 항만공항물류국의 상징성을 생각할 때 오는 9월에 열리는 다음 회기까지 충분히 검토한 뒤 처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힐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16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의원의 요구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고 재석의원 35명 가운데 찬성 26명, 반대 7명, 기권 2명으로, 시의 조직개편안은 공고 9일만에 일사천리로 시의회까지 통과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시에서 무조건 이번 회기에 처리해 달라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직개편안이 송 시장의 '첫 작품'인 만큼 이번만 넘어가자는데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5대 시의회에서 전체 33석 중 32석을 차지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같은 당 안상수 전 시장의 결정을 비판없이 수용한 것을 놓고 여러 차례 '시장 거수기'라고 비난했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짜여진 6대 시의회는 민주당 23석, 한나라당 6석, 무소속 2석, 민주노동당 1석, 국민참여당 1석, 교육의원 5석이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