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움직임이 급박하다.
    천안함 사태라는 안보 이슈로 낙승을 예상했던 여당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대표가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고, 야당 또한 표심의 원인이 자신들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여당의 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이라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2030세대.
    2030세대라는 단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특히 권력과 부, 지식 면에서 주도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그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계획하는데 이 세대의 정서와 사고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칭 ‘시민단체’를 포함, 운동권이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 학계, 경제계 등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차세대 주자가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당장의 차세대 리더뿐만 아니라 수십 년 뒤를 이어받을 인재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불안이 녹아 있다.  

    이에 일부 좌파 진영 학자들이 2030세대를 ‘88만원 세대’라 부르며, 그들의 투쟁에 동참하게 하려 시도했었으나 동참은커녕 오히려 냉소적 태도만 키웠다. 우파 진영은 2007년 대선 결과를 보고선 2030세대들을 ‘우파적’이라고 규정지었으나 정작 2030세대는 우파 진영의 기대와는 다른 행태를 보였다. 이를 본 우파들은 ‘교육이 문제’라며 전교조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좌우파 진영의 이런 행태를 가만 살펴보면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2030세대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보고, 기성세대(긴급조치세대와 486세대를 포함)의 기준으로 이들을 평가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꿔 2030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그들을 살펴보면 어떨까.

    빙산의 일각, 2030세대의 겉모습 

    2030세대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로 근대화와 공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입은 세대다. 2030세대라는 말로 뭉뚱그리기엔 이들의 성장기에 너무도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있었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사회적 경험은 큰 차이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사춘기 또는 아동 시절에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직접 봤고, 87년 6.29선언과 같은, 우리 사회의 성장통도 지켜보며 자랐다. 이들은 성인이 된 뒤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기도 했지만 최초로 자력으로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떠났던 세대, 최초로 인터넷과 PC 활용을 생활화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와 동시에 이들은 우리 사회의 도덕과 법률, 사회정의가 희미해지는 모습, 도시개발과 각종 투기를 통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현상, 떳떳하지 못한 부자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 대학 수를 늘리고 대입제도를 변경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직접 보고 겪었다.  

    그럼에도 기성세대들은 이런 2030세대들을 언급할 때마다 자신들과는 달리 적극적인 집단의사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사회의식도 없고, 문제 해결 능력도 없는 세대’라는 딱지를 붙이기 일쑤였다. 2030세대의 다수가 ‘돈이 최고’라는 말을 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배금주의 세대’ ‘속물’로 폄하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이들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본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2030세대들이 ‘회색정글’로 변해버린 우리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떤 위장술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간과했던 것이다.  

    2030세대의 정치 키워드-푸간지와 노간지 

    2030세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첫 번째는 이들의 ‘독백’을 살펴보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독백’을 할 때 주로 일기장을 사용했지만,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커뮤니티나 비공개 블로그, 미니홈피를 ‘독백의 도구’로 활용한다. 이런 ‘도구’를 살펴보다 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푸간지’ 혹은 ‘푸틴 본좌’이고 다른 하나가 ‘노간지’다. ‘푸간지’ ‘푸틴 본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일컫는 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KGB 출신 전직 대통령으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함께 현재 러시아를 이끌고 있는 ‘실로비키’ 계층의 상징적 인물이다. 푸틴은 자신의 통치체계 구축을 연구하기 위해 故박정희 대통령을 참고했고 그의 딸이 한국 남성과 사귄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런 푸틴 총리에게 2030세대가 열광한다. 그 이유는 바로 결단력 있는 리더십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다. 2030세대는 푸틴 총리가 웃통을 벗어젖히고 사냥을 하는 모습, 시민들에게 폭리를 일삼던 재벌 기업 총수에게 ‘바퀴벌레’라 꾸짖으며 시정을 명령하는 모습, 주변 국가가 자국의 에너지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고민이라 말하자 내일 당장 공급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는 결단력, 최강대국 미국의 국무성 장관이나 대통령에게도 당당한 표정으로 맞서는 모습 등에 열광하며, 그에게 ‘푸간지’ ‘푸틴 본좌’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 만큼이나 열광하는 인물이 국내에도 있다. 바로 故노무현 대통령이다. 기성세대에게 故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써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좌파 진영의 약진을 도운 인물로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2030세대는 故노 대통령의 다른 면에 주목한다.  

    故노 대통령은 최고 학부 출신도, 유학파 출신도, 부잣집 아들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를 지냈고, 변호사 개업을 한 뒤로는 많은 돈을 벌어 풍족하게 생활하기도 했다. (좌파 진영의 설명에 따르자면)이처럼 아쉬울 것 없는 그가 대의를 위해, 풍족한 생활을 버리고 노조를 돕기 위해 활동하고, 그렇게 손해를 보고서도 정치권에 뛰어 들어 다른 정치인들과는 달리 의리를 지켰다.  

    2030세대는 故노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이나 인격, 지적 수준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들이 본 故노 대통령은 ‘개천에서 난 용’의 모습이자 자신들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을 꿈을 이룬 사람, 실패나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 항상 똑같은 말, 똑같은 명분만 내세우며 대화는 하지 않으려는 기성세대들에 맞서는 용기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2030세대는 이런 故노 대통령의 모습에 친근감을 표시하며, 그에게 ‘노간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2030세대들이 보는 故노 대통령은 故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위대한 국가 지도자이기 보다는 ‘인습을 타파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용기 있는 사람’에 가깝다.  

    2030세대의 문화 키워드-미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명 ‘막장 드라마’는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현실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건 2030세대는 이 같은 ‘막장 드라마’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30세대는 영상 세대다. PC를 배울 때도 GUI 기반의 ‘윈도우’를 처음 접했고, 방송이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이런 세대는 학습효과에 따라 인쇄 매체보다는 영상 매체를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생활 습관을 가진 2030세대는 영상 콘텐츠 또한 기성세대들처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영상 콘텐츠를 직접 찾아서 소비하는 패턴이 있다. 그 결과 2030세대는 해외 드라마, 특히 미국 드라마를 국내 드라마보다 더 선호하는 최초의 세대가 됐다.  

    2030세대는 이런 미국드라마를 총칭해 ‘미드’라 줄여 부르며 웹하드나 P2P 중계사이트, 포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미국 현지방송과 거의 비슷한 시간에 콘텐츠를 입수, 직접 자막까지 만들면서 대중과 공유하는 걸 취미로 삼는다.  

    기성세대들에게 ‘수사반장’이 있었다면 2030세대에게는 ‘CSI’가 있고, 기성세대들에게 ‘제5전선’ ‘전격 Z작전’ ‘V’가 있었다면, 2030세대들에게는 ‘NCIS’나 ‘척’ ‘나이트 라이더’ ‘2010 V’ 등이 있는 식이다.  

    이 같은 2030세대의 패턴을 일찍 간파한 某 케이블 채널들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감에도 ‘미드’를 직도입해 상당한 이익을 올렸다. 이후 이 케이블 채널은 2개의 추가채널까지 확보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2030세대의 경제 키워드-효율성과 수익률  

    대부분의 기성세대에게 인생에서의 경제활동구조란 ‘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결혼하고, 모은 돈으로 집을 사고, 자식을 낳아 기르고, 교육시키고, 자식이 결혼하면 은퇴생활을 하며 자식의 도움도 일부 받아가며 인생을 즐기는’ 구조에 대부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외환위기로 완전히 깨져버렸다. 학교를 졸업한다고 취업이 된다는 보장이 없고, 취업이 된다고 얼마나 그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자식을 키워 결혼을 시켜도 노년에 도움이나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아는 2030세대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라고 본다. 따라서 경제활동에서도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기성세대들이 보기엔 2030세대들이 ‘명품’이라 부르는 ‘사치품(Luxury Goods)’에 집착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이나 모사품을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구하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유사한 수준의 만족을 얻는다.  

    직업 선택도 이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인격형성이나 사회공헌이 아닌, 매우 현실적인 면에서 접근하기에 유사한 업무임에도 급여가 더 많고, 정리해고의 위험성이 적은 공기업이나 대기업을 선호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특별한 기술로 평생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전문직에 도전한다.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적고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경제구조에서는 ‘모험’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기에 직접 창업하는 경우는 되도록 피한다.  

    자산형성도 기성세대와는 생각이 다르다. 이 부분에선 직업선택과는 달리 과감한 모험도 감행한다. 우리 사회의 구조가 점차 거대화, 다양화됨에 따라 과거와 같이 저축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이나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고 판단, 펀드나 주식, 채권, 심지어 파생상품 등에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저축만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자기 집 마련에까지도 도전한다.  

    2030세대,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상과 같은 몇 가지 특성만으로 2030세대 전체를 정의하거나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를 보면 기성세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30세대는 더 이상 거대한 담론이나 명분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들은 영웅이나 제왕이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권력이나 지위에 대한 욕망도 강하지 않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과 가족의 행복이다. 이런 이들을 기성세대의 기준으로 이끌어 나가거나 유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기성세대나 기존의 권위를 가진 계층들은 마치 ‘프루크루스테스’처럼 자신들의 잣대로 이들을 이리저리 재고 재단하며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기성세대와 2030세대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다.  

    <‘2편. 2030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선입견’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