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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국립서울현충원)에 갔다가 우연히 광주사태 당시 전사한 장병들의 묘소를 발견했다.
차정환, 최연안, 변상진, 강용래, 권석원, 권성환, 권용운, 김경용, 김명철, 김용석, 김인태, 김지호, 박억순, 변광열, 손광식, 이관형, 이내환, 이병택, 이상수, 이영권, 이종규, 정관철, 최갑규, 최필양…
11공수여단, 7공수여단, 31사단, 전교사, 20사단…부대는 달랐어도, 그들은 1980년 광주에서 죽은 이 나라의 군인들이었다. 장교나 하사관은 그렇다 쳐도, 병사들의 무덤 앞에서는 가슴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보다 불과 대여섯 살 많았을 이들, 만일 내가 몇 살만 나이가 많아서 몇 년 일찍 군대에 갔고, 운이 나빠서 광주에 파견된 부대로 자대배치를 받았다면…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광주에서 죽은 병사들이 남 같지 않았다. 특히 내 가슴을 시리게 한 것은 이관형 상병의 묘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군대 가기 전에 찍은 사진인 듯, 사진 속의 젊은이는 나무에 기대 하늘을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그래도 자식이 나라를 위해 죽은 것으로 알고 마음의 위로로 삼았는데, 그 착했던 내 아들이 세월이 갈 수록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군부독재의 하수인으로 손가락질 받을 때, 그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5·18추모사에서 '화해와 관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2010년 광주'는 그에 대해 고함과 손가락질로 대답했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오늘 동작동 국립묘지 28,29번 묘역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군의 명령에 따라 '1980년 광주'에 갔다가 유명을 달리한, 이 나라의 군인들을 추모했을 것이다. 그게 국군통수권자의 할 일이기 때문이다.(조갑제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