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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한나라당의 최고지도부 회의에선 정부의 4대강살리기사업 책임자에 대한 문책 요구가 나왔다.
포문을 연 건 친이계인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다. 그는 이날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4대강살리기사업은 수질을 개선하자는 사업인데 수질을 악화시키는 사업으로, 생명을 살리자는 사업인데 죽이자는 사업으로 인식되는 것은 사업 책임자가 일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며 "책임자를 당연히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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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 오전 국회 246호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고흥길 신임 정책위의장의 인사말 도중 동료 의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6월 2일 있을 지방선거에서 이 사업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인데 정부가 홍보를 제대로 못해 여당이 선거를 치르기 힘들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방선거 기획을 맡은 정 위원장으로선 당연한 고민이다.
실제 정 위원장의 지적대로 정부가 그간 홍보에 미숙함을 보여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근거 없는 일부 반대론자의 주장을 받아 야당과 일부 환경단체가 확대 재생산하고, 특정 종교가 이런 허위주장을 여론에 확산시키는 동안 정부의 대응은 미흡했다. 뒤늦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반대론자들의 확성기가 여론에 더 크게 들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4대강살리기사업은 반대여론이 더 높다.
선거를 코앞에 둔 한나라당은 같은 달 20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물론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심명필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등을 국회로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구경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당이 정부의 도움을 받아 주도적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정몽준 대표는 공사현장을 방문했고,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이벤트도 계획했다.
이런 계획아래 준비된 이벤트가 바로 4일 '4대강 강연'이다.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국 위스콘신대 건설환경공학과 박재광 교수의 4대강 특강을 들은 정 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도 박 교수의 강연 내용을 알리기 위해 원내대표 선출대회 직후 박 교수의 강연을 계획했다. 소속 의원 전원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의원들의 4대강살리기사업 홍보방향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전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이런 이벤트를 공지했고, 소속 의원들에게도 전달했다.
하지만 정 대표의 이런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원내대표 선출대회가 끝나자 참석한 의원들 대다수가 회의장을 빠져나갔기 때문. 사회를 본 장제원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수차례 착석을 부탁했지만 의원들은 아랑곳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보다 못한 정 대표가 단상에 서 마이크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상당수 의원이 회의장을 빠져나간 상황이었고, 남아있던 일부 의원들조차 정 대표를 보고도 발걸음을 회의장 밖으로 돌렸다. 정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떠나는 의원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169명의 소속 의원들 중 회의장에 남은 의원은 22명에 불과했다. 정 대표는 박 교수의 특강 전 다시 마이크를 잡고 "의원님들이 많이 가셨는데 가신 분들은 다 후회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박 교수의 강연이 한 시간 남짓 진행됐고 강연이 끝날 때 회의장에 자리한 한나라당 의원은 총 12명이었다. 특강을 한 박 교수도 "오늘 많은 분들이 가셨는데 이 분들 다시 와야 한다."며 "어제 어떤 교수를 만났더니 '한나라당은 양반이고 다들 젊잖아 싸울 줄을 모른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야당에) 밀리느냐'고 하더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이 매번 정부에 쏟는 가장 큰 불만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그러면서 여론수렴 기관인 여당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라고 요구한다. 과연 정부가 이날 모습을 봤다면 여당을 국민과의 대화창구로 믿고 일할 수 있을까. 아마도 홍보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하는 여당에 '너나 잘하세요' 라고 답하고 싶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