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전시는 북한인권의 참상을 알리는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서울 전시를 마치면 전국을 순회하며 전시회를 갖고, 이어 전 세계를 돌며 전시회를 열어 지구촌 모두가 김정일의 폭정과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 ▲ 문국한 북한인권연대 대표 ⓒ 김상엽 기자 
    ▲ 문국한 북한인권연대 대표 ⓒ 김상엽 기자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 서울 갤러리에서 개막한 ‘북한인권 전시회’를 주관한 문국한 북한인권연대 대표는 의욕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57세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목소리에서 힘이 묻어났다.
    문 대표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이어진 장길수 군 가족 탈북의 주인공이다.
    1997년 3월 길수 군의 외할머니와 외삼촌 정 씨가 두만강을 넘은 것을 시작으로 1999년 1월에 장길수 군이, 8월 장한길 씨가 중국 연변의 은신처로 도망쳐 나오는 등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네 가족 15명이 탈북했다. 전 세계의 이목을 모았던 이 사건은 문 대표의 헌신적인 도움과 노력으로 지난 2001년 6월 30일 장길수 군 가족이 서울에 도착함으로써 마무리됐다.

    “처음엔 탈북자의 존재조차 몰랐어요.”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문 대표는 중국에서 문구류 사업을 하려고 1994년 연길을 찾았다. 서울과 연길을 오가며 착실하게 사업 준비를 하던 그는 1996년 운명처럼 탈북자로 연길에 은신해있던 20대 청년을 만난다.
    “굶주리며 불안에 떠는데 도저히 돕지 않을 수 없었어요. 마치 친자식 같았거든요.”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돌보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너무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됐다.
    문 대표는 ‘3년 동안 돌보며 북한을 새로 배웠다’고 말했다.

    "김일성, 김정일 왕조가 얼마나 북한을 망치고 북한 주민들을 탄압하는지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적었어요." 
    문 대표는 북한의 처참한 인권 실상을 알리고 싶어졌다. 같은 동포인데 그토록 짐승만도 못한 수난을 불량정권으로부터 당한다는 것을 고발하고 싶었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그림이었다.
    “북한의 처참한 사진을 찍어올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생각난 것이 탈북자들에게 그림으로 김정일의 북한 실상을 고발하게 하자는 것이었어요.”
    당시 연길이며 도문 등지에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북한을 탈출한 ‘꽃제비’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에게 북한의 실정을 알리는 그림을 그리게 했다.
    세계에 널리 알려진 장길수 군도 같은 이유로 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 ▲ 장길수군은 중국 은신처에서 남한을 그리며 적은 사연을 50만개의 종이학으로 접었다. ⓒ 박지현 기자 
    ▲ 장길수군은 중국 은신처에서 남한을 그리며 적은 사연을 50만개의 종이학으로 접었다. ⓒ 박지현 기자 

    하지만 인간적인 어려움도 많았다.

    “길수네 16명을 돌보며 많이 힘들었습니다.”
    공안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고급 아파트를 얻어주고 생활비도 마련해줬다. 그러다보니 아예 사업은 접었다. 경제적으로  파산상태에까지 갔다. 부모 집을 담보로 금융기관과 친지 등으로부터 1억여 원을 빌렸고, 제대로 갚지 못해 빚 독촉에 시달렸다.
    하루 일당 1만원의 부업으로 대신 생계를 꾸리던 아내는 이혼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1남 2녀인 자녀들도 그를 원망했다. 하지만, 아내나 아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미안했지만 벌여놓은 일이기 때문에 그만 둘 수 없었다. 그리고 눈에는 늘 탄압받는 북한 주민들이 아른거렸다.

    길수 가족이 한국에 안착하고 가정문제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문 대표는 본격적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매달리게 됐다.
    이번 전시회도 한 달간 밤을 새다시피 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가을엔 서울에서 북한인권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몰라서 그렇습니다.”
    실상을 알면 모두 자신처럼 나설 것이라는 것이 문 대표의 얘기다. “학정에 시달리는 북한동포들의 생활은 너무 처참합니다. 북한도 우리 동포라고 생각하면 오늘 남한의 풍요가 너무 죄스럽게 느껴질 겁니다.”

    문 대표는 "2000만 동포를 이토록 참혹하게 만든 김정일과 그 하수인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죄악"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죄악을 방관한다면 두고두고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탈북자도 헌법상 우리 국민입니다. 북한 눈치, 중국 눈치를 보느라 저들을 외면하면 저들은 남북 모두에게 버림받고 죽어가게 됩니다.”
    지금도 중국이며 동남아 등에서 굶주림과 공포에 떨며 떠돌 수많은 탈북자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들의 전화도 꺼린다는 대한민국 재외 공관 생각도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