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일련의 대남 강경정책은 무엇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들의 본연의 자세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 뿐이다. 북은 우리를 ‘봉’으로 잡는 의미에서만 ‘우리민족끼리’이고 그 이상으로 우리를 대등한 상대방으로는 보지 않는다. 북은 우리를 ‘식민지 종속국’ ‘미제의 괴뢰’로 규정하지 독립국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햇볕‘ ’대화‘ ’민족‘ 운운은 “너희 식민지 남조선은 우리에게 돈이나 대라. 한반도 안보 문제는 ’남조선 해방‘이라는 불변의 철칙 안에서 한반도 유일의 주권국가인 우리 DPRK가 미국하고만 이야기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하고 이야기할 아젠다는 한미 동맹 해체, 핵우산 철폐, 한미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다. 한 마디로 우리와 미국더러 ’남조선 혁명‘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다. 자기들은 한 치도 물러나지 않으면서 우리더러는 100리 밖으로 물러나 낭떨어지 아래로 떨어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내부의 친북 세력은 ‘민족’ '통일‘ ’화해‘ ‘평화’라는 가면 하에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딱히 친북은 아니더라도 스스로 ‘진보적’임을 자임하는 계열, 스스로 ‘중도’라는 좋은 말을 정확하지 않게 갖다 쓰는 계열, 우파이면서도 ‘반통일 수구 냉전 세력’으로 몰릴까봐 전전긍긍 하는 ‘눈치파’가 거기에 코드를 맞추고 있다. 아무 것 하나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이 좌파 교사의 세뇌와 선동매체에 휩쑬려 ‘반미’ ‘반자본(反資本)’ ‘반(反)신자유주의, “모든 걸 세금으로 해결하라‘고 부르짖는 초짜 좌파 젊은이들도 여기 해당 한다. 무한경쟁이 낳은 세대의 반발인 셈이다. 

     

     '보수‘라고 밖엔 볼 수 없는 상당수 생활인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무식할 정도로 둔감하고 안일하다. 다 망했고 굶어 죽는 북의 위험성을 떠벌이는 것은 “걱정도 팔자”라는 식이다. 보수 정치인 경제인 지식인 가운데는 “돈으로 북을 고칠 수 있다, 지원, 합작, 투자, 합영(合營) 해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북한의 사고방식도 바꿀 수 있다”는, 이른바 초코파이 효과를 과신한다. 그래서, 지난 10여년의 그런 ’햇볕‘으로 북의 자세를 바꾸었나?  

     

     이렇게 물으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래도 ‘햇볕’으로 전쟁위험은 없었지 않나? 이명박이 그걸 안 해서 남북관계가 두절되지 않았나?” 그러나 이 말은 천하의 사기다. 첫째, ‘햇볕’으로 남북이 조용했다는 것은 김정일이 돈 박아먹는 한에만 웃는 척 했다는 뜻이다. 그 뒤에서는 핵무기 개발하고 통일전선 전술로 남한에 공고한 우군을 구축해서 격렬한 남남갈등을 유발해 남북 분단에 이어 남한을 또 반토막 냈다. 남한의 반을 빼앗아간 것이다. 도심에 나가면 모두 다 한데 섞여 돌아다니지만 따지고 보면 서울 하늘 아래서 대한민국과 반(反)대한민국이 혼재하고 있는 꼴이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책’ 때문에 남북 관계가 악화됐다고 하는 것 역시 사기다. 이명박 정부가 쓴 것은 '강경책‘이 아니라 “해도 너무한 것은 시정하겠다는 원칙에 조금 가까이 선 것 뿐이다. 김대중 노무현이 해선 안 될 짓을 한 것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 한 것 뿐이다. 안보면에서 받는 것 없이 경제면에서 주기만 하는 바보짓을 하지 않는 게 뭐가 잘못 됐나? 

     

     이명박 정부 또한 ‘중도실용주의로 남북 문제를 바라보다가 이제는 실기(失機)를 해서 북이 소말리아 해적처럼, 해저(海底) 스텔스 특공대처럼, 금강산 자산동결처럼 총공격을 해온다 할 경우에도 딱히 어쩔 카드가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불능화(不能化) 처지로 몰릴 참이다. 천안함이 북의 소행으로 밝혀진다 했을 경우에도, 이명박 정부가 뭘 어떻게 할 것인가? 속수무책일 것이다. 보복 응징? 그게 정도(正道)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것 못한다. 그렇다고 ’햇볕‘? 북이 한 짓이 드러날 경우엔 그것도 명분이 서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은 금강산에서, 개성공단에서, 기타 교류사업이랍시고 하면서 김정일 아가리 속으로 대한민국의 대가리를 너무 깊숙이 들이밀어 넣었다. 김정일은 그것을 지긋이 물고서 그것을 인질삼아 우리에게 걸핏하면 “이것 아주 동결해서 먹어버릴까?” 하며 협박을 한다. 그리고 또 한 손으로는 핵을 들고 “다 죽여줄깐?”하며 남쪽의 겁쟁이 국민들과 마마보이 젊은이들을 기죽인다. 혐전(嫌戰) 반전(反戰) 군대 가기 싫어하는 풍조, 전쟁 공포증, 나약한 문약(文弱)의 분위기를 온 사회 각계 각층에 만연 시켰다.  

     

     이명박 중도실용주의가 이걸 되돌려 놓기란 택도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이미 비상사태에 임했을 때 눈에서 불을 뿜으며 즉각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벙커에 뛰어 들어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정신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한 몸 던지겠다는 기상이 없는 마마보이들이다. 천안함 사태 때의 이명박 대통령에게서도 우리는 그런 시퍼런 비상시국의 시퍼렇게 비상한 대통령=시퍼렇게 비상한 국군 최고 통수권자로서의 시퍼런 장수(將帥)의 기상을 읽을 수 없었으니까.  

     

     친북 좌파와, 나약하고 뭘 모르는 안일한 시정인(市井人), 대체적으로라도 ‘진보에 가깝다’고 분류돼야 지식인 사회에 한 다리 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생계형 심파(sympathyzers=동조자)들, 그리고 매사 좌파의 뗑깡에 경기(驚氣)를 일으키며 겁을 확 집어먹는 중도실용주의 정권이 이 나라를 장차 어디로 끌어갈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다가 일단유사시엔 다 같이 한 구덩이에 콱 쳐박혀?  

     

     이명박 정부는 북의 강공(强攻)에 강하게 대응할 체질과는 거리가 먼 체질인 것 같다. 비상상황을 감당할 심리적 기(氣)가 과연 서있을지 의문이다. 흔히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지만, 위기를 기회로 역전 키는 데는 용기와 사생관이 필수적이다. 이명박 정부엔 바로 그게 없어 보인다. 천안함 조사를 길게 끌어서 김을 빼고, 진상을 ‘미궁’ 속으로 알쏭달쏭하게 밀어 넣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