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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은 한지혜의 연기에 대해 딱 잘라 "못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만든 영화의 여주인공에게 연기를 못한다니, 과연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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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백지役을 연기한 배우 한지혜(좌)와 감독 이준익(우) ⓒ 뉴데일리
23일 오전 숙명여대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한지혜가 감독님이 잘 챙겨주셨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황정민이 "사실대로 말해야지, 감독님이 많이 괴롭혔잖아"라고 깜짝 고백했고, 이에 한지혜가 웃음을 터트리며 긍정해 객석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이 감독은 한지혜에 장점에 대해 "연기를 못해서 구박해도 주눅이 안들어요"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여배우가 화면에 예쁘게 보이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여배우들은 모두 예쁘게 보이기 위한 연기를 준비해 온다. 한지혜 역시 마찬가지. 거기서부터 그와 그녀의 싸움이 시작됐다.
그는 "연기 못한다고 혼내는데 보통 다른 연기자들은 눈도 내리깔고, 주눅도 들고 그러잖아요."라며 "그런데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더라고요. 내가 뭘 잘못했냐면서"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 뒤로 2틀 동안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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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백지役을 연기한 배우 한지혜 ⓒ 뉴데일리
그 일이 있은 뒤 촬영장에서의 한지혜의 모습은 완전히 변했다. 이 감독은 "그 다음에 한지혜씨 연기를 보고 '컷' 소리도 나기 전에 황정민씨가 나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올리더라고요"라며 "이게 내 구박의 힘이구나 했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지혜는 "네, 제 모든 연기는 감독님의 구박의 힘입니다"라며 "제가 원래 마음에 한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맡은 백지 역이 한이 많은 역할이라 어떡해 해야하나 걱정했는데, 감독님 덕분에 마음에 한이 생겨서 연기가 잘 됐다"고 이 감독에 대해 서운했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한지혜는 또 "촬영장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때때로 외롭기도 하고 어려움도 느꼈어요"라며 "다들 잘 챙겨주시지만 남자들끼리 통하는게 있어서 소외감을 느끼다가 다른 분한테 조언을 구했는데, 그 분이 '여자 둘이 있는 것 보다 훨씬 낫다'라고 공감했어요"라고 고백해 객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조금 뒤 한지혜의 반격이 시작됐다.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화려한 의상이 관심이 끌었다. 그녀는 영화 의상에 대한 질문에 "감독님이 처음에 한복을 두 벌 밖에 안해주셨어요"라며 "두 벌만 입고 하라고 계속 그러시다가 영화 중반쯤 두 벌을 더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예쁘게 잘 입었어요"라고 말해 제작비 아끼기로 유명한 이 감독을 당황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한편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왜구의 침입과 지독한 파벌 싸움으로 국운이 기울어가던 16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검객(황정민), 왕족 출신의 반란군(차승원), 세도가의 서자(백성현), 기생(한지혜)의 신분을 가진 네 인물이 역사의 한 가운데를 관통해 가는 대서사극으로 내달 29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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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백지役을 연기한 배우 한지혜 ⓒ 뉴데일리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기생 백지 役, 한지혜
한지혜가 맡은 역할은 조선 최고의 기생으로 도도한 매력을 발산하지만 마음 속에는 연인인 이몽학(차승원)을 향한 순정으로 가득한 여인 백지다.
이몽학의 대의와 꿈을 사랑한 백지는 그와 생사고락을 함께할 각오를 하지만 꿈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모두 제거해 버리는 이몽학에게 한 순간 버림받는다. 사랑과 오기와 미련이 뒤섞인 감정을 안고 그를 다시 한번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 백지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더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품고 있던 칼을 겨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