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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소 방침에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이다. 문화부 홈페이지에는 19일에도 이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으며, 늘 그렇듯 일부 시민단체들이 가세하고 있다.
유인촌 장관이나 문화부 입장에서 문제의 동영상은 당연히 불쾌할 것이다. 동영장도 유 장관을 겨냥한 악의적인 의도가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며, 단순한 패러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문화부의 "마치 김연아 선수를 성추행을 하려는 모습으로 동영상을 편집, 게재해서 명예를 훼손했다"는 발표에 공감하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문화부가 고소방침부터 밝힌 것은 조금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에 무조건 반대하는 세력이 상존한다는 것을 안다면 그들에게 불만을 제기할 여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을 신뢰하는 여유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 장관이 조금 분을 삭이고 기자간담회나 공개된 자리에서 "나도 동영상을 봤는데 참 잘 편집했더라"는 식의 '조크'로 받아쳤더라면 좀 더 세련된 대응이 아니었겠느냐는 말이다. 우리 국민 의식수준이 정부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조작이나 왜곡에 속지않을 만큼 성숙하다는 것을 믿는다는 전제하에 가능할 일이다. 문화부가 다른 부처보다 대국민 접촉면이 넓은 정부기관이란 점에더 더욱 그렇다.
최근 방송개혁시민연대(방개혁)가 KBS 개그콘서트의 캐릭터 '동혁이형'을 겨냥해 "선동적 개그"라고 비난한 것도 비슷한 예로 보인다. 그동안 공공이익을 위해 방송의 선정성과 편파성, 정치성을 점검해온 방개혁이 제작진의 신중함을 주문한 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과연 대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주장인지는 의문이다. 방개혁의 지적대로 '동혁이형'의 말에 의해 시청자가 '반정부적, 반기업적' 인식을 갖게 된다면 그 방송을 제외한 모든 교육환경에 더욱 치명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방개혁의 주장에서 정치과잉의 시대, 조금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지난 12일 미국 백악관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캐나다 남자 하키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정례 브리핑에 나섰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승부를 놓고 벌인 캐나다 총리실의 드미트리 사우더스 대변인과의 내기에서 졌기 때문이었다.
이 경기에 진 쪽에서 상대방 유니폼을 입고 나오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위해 기브스 대변인은 캐나다 유니폼을 입었고,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내기를 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맥주 한 박스를 선물했다. 그들의 '즐기는' 문화가 부럽다.유 장관이 방청석에 앉아 개그콘서트를 관람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동혁이형'의 거친 샤우팅을 방청객과 함께 즐기는 모습, 기왕이면 '왕비호'가 던지는 독설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니까. '동혁이형'마저 이해하려 노력하고, '왕비호'에게도 관용을 보이는 장관. 국민들이 "유 장관도 '동혁이형'의 주장에 동의하는구나" "유 장관이 '왕비호'한테도 못당하는구나"라고 생각할까 걱정된다면 못할 일이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