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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 공천권을 두고 뒷거래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당 지도부는 작년 6월 계파 화합차원에서 복당한 친박 의원들의 당협위원장 임명을 위해 영남지역 친이계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그 대가로 6.2지방선거 공천권 50%를 보장하기로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직을 양보한 18명은 작년 6월 위원장직을 내놓으면서 ‘일금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최근에는 이 같은 약속 이행을 논의하기 위해 정몽준 대표에 면담을 요청해 일정을 조율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 지도부는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부인하고 있어 양측 간 마찰이 예상된다.
“공천권 50% 약속, 최고위서도 확정”
‘일금회’는 매주 금요일에 만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회원은 친박 의원들에 위원장직을 양보한 18명의 원외 인사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과 최거훈 국회의장 비서실장, 허용범 국회대변인, 김희정 정종복 전 의원 등이 회원으로 들어가 있다. 회장은 경북 고령.성주.칠곡 지역 석호익 전 위원장이 맡고 있으며, 부산 서구 조양환 전 위원장이 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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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금회가 지난 2월16일자로 한나라당 대표실로 보낸 면담요청건이 정양석 대표 비서실장의 손에 들려 있다 ⓒ 뉴데일리
이들 18인은 지난 2월16일 자로 한나라당 대표실에 ‘일금회 회원, 정몽준 대표님 면담 요청 건’이라는 제목으로 팩스를 보내 정몽준 대표와의 면담을 신청했다.
작년 6월15일 친박 복당의원들에게 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는 대가로 지도부가 약속한 ‘6.2지방선거 공천권 50%’를 보장받은 데 대해 논의를 하자는 내용으로, 회원 명부를 첨부했다.
일금회 관계자에 따르면 공천권 50% 약속이 이뤄진 것은 친박 의원들에 위원장직을 양보하기 전인 작년 6월 초 무렵이다.
당시 장광근 사무총장이 이들 일금회 회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갖고 위원장직 양보를 권유하며, 그 대가로 6.2선거 공천권 50% 보장을 구두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은 당 최고위원회의에도 보고돼 비공식 안건으로 처리했다는 게 일금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금회 핵심관계자는 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장 총장이 공청권 50%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공식문서로는 회의록 안건을 남길 수 없다고 해서 비공식 안건으로 해서 남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금회가 공천권을 약속받았다고 한 시점에는 박희태 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 체제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그 때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정 대표도 분명히 알고 계신다”면서 “솔직히 이런 약속이 없었다면 어떻게 (위원장직 사퇴 건이) 타결이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장 총장과 있었던 일대일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일대일, 이대일, 삼대일 면담 했고, 일대일 면담 다 하셨다”면서 “(장 총장은) ‘가고 싶은데 있으면 가고 싶은 데로 보내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로 일금회가) 회의를 했는데, 그 당시 이구동성으로 나온 게 거취문제, 우리 거취가 아니고 이번에 지자체선거에 뛰는 분들의 거취문제를 보장해 달라는 게 가장 큰 문제였고, 장 총장도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든 보호되어야 한다는 게 수긍했던 내용”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 쪽(장 총장)에선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길래 그건 너무 추상적인 거 아니냐. 그렇게 하지 말고 여러 정치적으로 빚진 것도 있고 하니까 그러지 말고 우리에게 (공천)결정권을 달라. 그렇게 얘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일금회 회원도 “당시 당명을 따라 우리를 밀어주었던 구의원, 시의원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위원장이 친박으로 바뀌면서 다 자르지 않겠냐”면서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분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그래서 그들을 구제해 달라는 측면에서 명시적으로 50% 공천권을 약속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당시 장광근 사무총장과 약속을 한 사항이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에 대해 수긍을 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이 문제로 오늘 내일 중으로 약속을 확정해 금주 중으로는 정 대표와 면담을 갖기로 얘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시 이규민 전 당협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새 위원장에 임명된 친박 이경재 의원은 “사실 모든 당협위원장들의 임기가 지났기 때문에 일괄해서 지난번에 했어야 했는데 (복당 의원들만) 따로 떼어놔 기분이 좋지 않다”며 “일부 물러나는 당협위원장들을 무마하기 위해 함께 공천권을 줘야 된다든가 이런 립서비스를 하기 위해 그런 절차를 남겨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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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금회가 당대표실로 보낸 면담요청 건에 "전 장광근 사무총장 재직시 원외위원장직을 사퇴하는 대신 6.2지방선거 시 공천권 50% 보장을 구두 약속받은 점에 대한 논의"라는 요청내용이 담겨 있다. ⓒ 뉴데일리
당 지도부 “공천 약속 없었다”
그러나 장광근 전 사무총장은 해당 전직 위원장들을 면담한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공천권 구두약속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장 전 총장은 “당시 위원장직 문제로 면담을 하긴 했다”면서 “그러나 당 이름 달고 선거에 뛰었던 분들이고 고생했던 분들인데 위원장직까지 내놓는데 당에서도 고생한 분들을 위해 최소한의 배려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원론적인 얘기만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금회 회원들은 50% 공천권을 약속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니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그분들의 입장에선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당을 위해 고생한 분들을 배려는 해야 한다는 얘기만 했다”고 밝혔다.
최고위에서 관련 내용을 결정했다는 일금회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최고위원회에서 설마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고 부인한 뒤 “공천권을 반이다 어쩐다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재차 주장했다.
정몽준 대표 비서실장인 정양석 의원도 “정 대표가 일금회를 만날 이유도 없고 면담하기로 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일금회 회원들은 ‘공천권 50% 보장’이라는 지도부와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서 지도부와 충돌이 예상된다.
일금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모른 척 하면 정말 실망스럽다”며 “(공천권을) 서로 반반 나눠가져야지, 안준다면 (당 지도부가)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