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 통유리로 된 카페 벽면 너머로 흩날리는 싸라기눈이 잔잔해지는 것을 바라본다. 젖은 신발 끝이 신경쓰인다. 누군가를 처음 마주한다는건 언제나 조금 긴장된다. 카페 문을 통해 찬바람이 스치고, 검은 코트에 파란 베레모를 쓴 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실제 만난 그녀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밝은 기운이 넘쳤다. ‘또각’ 소리내는 하이힐보다, 얼굴에서 나는 ‘생긋’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 ▲ Cats Memory로 세계1위, 전 세계 팝페라 팬들의 마음을 뒤흔든 월드 디바 '로즈장' ⓒ 뉴데일리
    ▲ Cats Memory로 세계1위, 전 세계 팝페라 팬들의 마음을 뒤흔든 월드 디바 '로즈장' ⓒ 뉴데일리

    그녀는 지난 2006년 처음으로 조국 땅을 밟았다.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를 사용해 온 것처럼 능숙해 보였지만,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마음 속 하고 싶은 말들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듯 종종 영어단어를 덧붙여가며 말했다.

     - 24일 열리는 ‘월드디바 로즈장의 뮤지컬-팝 오페라 콘서트’에 대해.

  • ▲ 월드디바 로즈장의 뮤지컬-팝 오페라 콘서트 ⓒ 뉴데일리
    ▲ 월드디바 로즈장의 뮤지컬-팝 오페라 콘서트 ⓒ 뉴데일리

    “제 이름을 건 첫 단독 공연이예요. 너무 떨려요, 많은 분들이 오시거든요. 기대하는 거요? 매진과 기립박수죠(웃음)” 한껏 상기된 표정과 목소리로 ‘매진’을 장난스럽게 외치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다. 작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했었지만, 반쪽짜리 콘서트. 이번 공연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콘서트는 사랑(Love)과 희망(Hope)이라는 두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귀에 익숙한 뮤지컬 캣츠(Cats)의 ‘Memory’와 에비타(Evita)의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비롯해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Habanera’, 팝페라로 각색된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과 ‘노들강변’ 등 다양한 선율을 한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재미교포 2세,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로서 민요를 부른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로서 민요를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이란 걸 알리고 싶었어요” 2008년 홍보대사로 위촉 된 이후, 끊임없이 국내외 무대에서 한국 문화의 우수함을 알려온 그녀다. “민요를 제대로 알고 배운건 3개월 전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타령’을 많이 들었어요.” 외할머니 곁에서 보낸 어린 시절 ‘된장찌개’와 ‘청국장’을 먹어 온 수만큼 그녀에게 민요는 친숙한 음악이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노들강변’. 공연을 준비하면서 더 푹 빠져들게 됐다. “서울 시향 편곡가분이 작업을 해주셨는데 곡이 너무 아름다워요.”

    민요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로즈장이 직접 했다. 한자어로 함축적인 표현된 가사를 영어로 풀어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더 까다로웠다. “짧은 가사 속에 있는 깊은 의미를 해석해 내는 게 특히 어려웠어요. 또, 정해진 멜로디 속에 길게 풀어쓴 영어가사를 덧입히는 것도요” 처음 해석 된 가사로는 멜로디에 끼워 넣는 작업이 절대로 불가능 했다. 고치고 또 고쳤다. ‘시’를 쓰는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곡의 가사들이 모두 시적이다. “민요 가사를 보면 한국의 역사와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잖아요. 재밌는 표현들도 많고요. 그 부분들이 번역된 가사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비교해서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민요가 세계적인 음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인지.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은 영어죠. 한국스타일, 동양스타일만을 무조건적으로 외국에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그대로 외국인들이 좋아해주길 바라는 건 무리가 있어요. 우리나라 것을 아예 없애자는 뜻이 아니라, 진정한 ‘세계화’를 원한다면 세계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해요”

    로즈장은 이번 민요 번역 작업을 통해 민요 세계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금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국과 미국을 거쳐 팝페라의 고장 영국에서 색을 칠해나갈 계획이다.

    처음 공연을 계획할 때는 민요를 더 많이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둘째 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부터 민요라면 지루한 것으로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그 비중을 줄였다. “한국인들 스스로 민요를 저평가하고 있어요. 옛날 시골에서나 부르던 노래, 지루한 음악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죠. 외국인들도 많이 초청되지만, 공연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하는게 우리나라 관객들이 민요도 ‘예술’이란 걸 느낄 수 있도록 하는거예요”

    - ‘만능 예술인’으로 유명한데.

    “조금 뒤에 SBS 스타킹 스텝 미팅에 갈거예요.” 방송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의 얼굴에 더욱 생기가 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라디오 DJ로 최근 랑콤 화장품의 모델까지. 팝페라만큼 락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끼‘가 다분하다. 카페에 있는 잡지를 펼쳐 자신이 나온 화장품 광고를 보여준다. “사진이 맘에 안 들어서 속상해요. 저랑 안 닮았죠?”라고 묻는 로즈장. “정말 실물이 훨씬 예쁘세요” 라고 답하니 “그렇죠?”라고 한다. 맑은 웃음소리. 목소리 만큼이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그 이에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 중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음악은 제 가장 큰 열정이예요. 미술사를 전공했던 이유는 노래하는 인생은 어렵다는 편견으로 부모님께서 반대하셨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건 음악이었죠. 부모님 몰래 뮤지컬 오디션을 봤어요. 그리고 합격했죠. 그제서야 부모님이 허락해 주셨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제 가장 큰 후원자예요.”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았던 길.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홀로 노력했다. 소프라노였던 음역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알토개발을 했고 지금은 3.5 옥타브를 넘나든다. 그녀의 음악을 향한 집념과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 음악이외에 지금 빠져있는 게 있다면.

    “프랑스 음식과 한국 음식이요. 한국음식은 특히 된장찌개와 청국장을 좋아하고 잘 만들 수 있어요. 프랑스 요리는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런던에서 8개월간 유학생활을 하며 푹 빠졌죠." 또, 사진과 미술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도 잘 찍으세요?"라고 신기하다는듯 물으니,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보는걸 더 좋아해요"라고 답한다. 미술사를 전공했었기에 예술 작품을 보고, 평가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일이 많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가장 영광스러웠던 무대는 뉴욕에서 있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단독 축하공연이었어요. 또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공연으로 기억하는 건 2006년 월드컵 공연이었고요.” 재미교포 2세로서 그녀에게 세계 속 한국인들을 위해 노래하는 자리는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 세계적 디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제 자랑을 하는 것 같아서…"라며 부끄러운듯 대답을 피하다 조심히 입을 뗀다.  “다른분들이 동서양의 믹스라고들 많이 이야기 하세요. 전에 누군가가 김치볶음밥에 버터를 넣은 것 같다고 하셨던게 기억나네요. 동양의 독특한 음색과 서양의 강하고 풍부한 성량.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노래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셀린디온과 사라브라이트만 등 세계적인 디바들을 제치고 Cats Memory로 전 세계 1위에 올랐던 그녀다.

    -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 노래 세계화에 함께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앞으로 더 힘쓰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줬으면 해요”

    - 앞으로의 계획과 꿈은.

    “자선공연을 많이 하는게 꿈이예요.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전 세계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노래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세계적인 가수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옆에서 "이미 세계적인 가수죠"라고 거드니, 웃으며 답한다. "올해 나오는 2집 앨범도 있고, 앞으로 점점 더 나가야죠. 한국은 물론 제가 태어난 미국에서 먼저 인정받고 싶어요. 그리고 팝페라가 가장 발전 된 유럽까지 진출해 세계 최고로 다시 한번 더 인정받고 싶어요.”

     

    ※ '월드디바 로즈장의 뮤지컬-팝 오페라 콘서트(Brand Dorea Concert)'는 2010년 2월 24일 수요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열린다.

    공연문의 - 로즈장뮤직 (02)585-5587 www.rosejang.com

    ※ 로즈장은 2008년 Cats Memory로 셀린디온, 사라브라이트만, 바바라스트라이샌드 등 세계적인 톱 가수들을 제치고 전 세계 1위를 하였고, 이듬해인 2009년에는 세계 최고 디바 12명과 함께 유일한 동양인으로 캣츠 주제곡 메모리를 불러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또, 대한민국 관광명예홍보대사뿐만 아니라 유엔 유네스코 CPAF 홍보대사, 경기도 홍보대사, 소통의 시간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며 전 세계에 노래로써 평화를 전도하는 월드디바 로즈장은 장애인들을 위한 자선공연 뿐만 아니라 한국 민요를 영어로 번안하고 세계화된 편곡으로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