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은 9일 MBC엄기영 사장 사의를 표명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엄 사장 사퇴 배경에 대해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의도"라고 주장하자, 한나라당은 "6.2선거에 이용하려는 정략"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8일 엄 사장은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자신의 의사와 다른 이사진을 선임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진사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엄 사장은 이 정부에 의해 비정하게 내쫓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결국 보수인사들로 방문진을 구성하고 엄 사장을 밀어내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은 앉히려는 정권의 스케줄대로 진행된 일"이라며 "이번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문방위에서 철저하게 규명하고 따져서 어떤 경우에도 이 정권의 방송장악음모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 ▲ 엄기영 MBC 사장(왼쪽) ⓒ 연합뉴스
    엄기영 MBC 사장(왼쪽) ⓒ 연합뉴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현 정부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을 장악하려는 속셈"이라며 "공영방송을 정권의 앵무새로 전락시킨 책임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2월 국회에서 엄 사장 사퇴를 정치쟁점화할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MBC 사장 퇴진 문제를 왜곡해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비틀어 지방선거에서 득을 보려는 계산"이라고 맞섰다.

    실제로 엄 사장이 전격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엄 사장의 정치적 가치에 대한 언급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 엄 사장 영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엄 사장이 춘천출신인만큼 강원도지사 후보로 거론됐었다. 또 자당 이광재(태백 영월 평창 정선)의원의 의원직 사퇴, 고 이용삼 (철원 화천 인제 양구)의원 별세 등으로 강원도 지역이 빈 탓에 지명도 있는 엄 사장에 러브콜을 보낼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 대변인은 "민주당이 엄기영 사장을 언론자유의 순교자로 몰아가는 것은 작위적"이라며 "언론개혁을 언론탄압으로 둔갑시켜 여론을 선동하고 지방선거에 악용하려는 정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울리지 않는 순교자의 가시관을 엄 사장의 머리 위에 억지로 씌워놓고 나중에 민주당 후보로 공천이라도 할 심산이냐"고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