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오 국회의장이 새해예산안에 대한 연내 처리를 여야에 주문하면서도 직권상정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여야 간 합의처리 되지 않는다면 본인은 물론 여야 지도부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이는 과거 예산안이 직권상정 돼 처리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허용범 국회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국회 예산 관련된 여야의 대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안돼서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 같은 김 의장의 입장을 전했다.

    허 대변인은 “지난 60년 헌정사상 단 한 번도 준예산을 편성한 적이 없다. 예산안은 반드시 연내 처리되어야 한다”면서 “우리 18대 국회 들어 준예산을 편성하는 오명을 남겨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허 대변인은 “만일 우리 국회가 그렇게 할 경우 의장은 물론 여야 지도부는 모두가 전원 그 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럼에도 국회의장으로서 이번 예산은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며 “격동 후 국회사에서 예산안 만큼은 단 한 번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예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예산안 처리에 있어 민주당과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강행처리를 해서라도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한나라당 의지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때문에 당초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 있다가 의장직을 맡으면서 무소속으로 나온 김 의장에 대한 한나라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허 대변인은 그러나 “불과 몇%밖에 안 되는 문제에 발목 잡혀 예산안 전체를 직권상정하는 정치적 무기력이라면 그것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전체 예산의 2%에 불과한 4대강 예산을 빌미로 전체예산을 볼모로 잡은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4대강 문제는 사실 당의 정체성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지금 과감하게 양보하는 것이 굴복이라든지 체면을 구기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국민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고 더 큰 지지를 얻으면서 당의 위상을 올리는 길”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마지막 남은 기간 동안 우리 국회가 대승적 타결을 하기를 촉구하면서 내일 본회의 앞두고 오늘 중으로 여야가 이 예산안 문제에 대해 타결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허 대변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내각제를 하는 일본의 경우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내각 총 사퇴감”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