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사업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치에 조금의 숨통이 트였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22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새해예산안을 연내 처리하도록 노력하자는데 합의했다. 한때 여당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치적 협상카드까지 꺼냈지만, 입법부의 고유권한에 대통령이 끼어드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성사되지 않았다.

    예산안 처리를 위한 방안으로 양당은 원내대표와 주요당직자 1명을 배석한 4자회담을 자주 갖는 등 대화채널을 열어두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합의 내용은 ‘노력하자’는 것이지만, 이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그간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와 4대강 예산안 삭감 등의 조건을 내걸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했던 민주당이 한 발 물러선 것이기 때문이다.

    극으로 치닫던 여야 간 대립에도 물꼬가 조금은 트인 것이다. 여기에는 사상 초유로 준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겉으로는 4대강 사업을 고집한 한나라당의 책임으로 치부하면서도 실제 준예산이 편성될 경우 적잖은 책임이 돌아갈 가능성에 대해선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특히 4대강 예산 291조원 가운데 민주당이 문제 삼는 4대강 사업 예산은 고작 2% 남짓한 규모. 이를 볼모로 98% 예산에 차질이 빚게 된다면 누가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한나라당에선 이를 두고 “2% 발목잡기”로 표현한다.

    앞서 오는 29~31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데 대해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아무래도 국민으로부터 여론 압박이 가장 큰 게 아닌가 생각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도 “결국 예산안 합의처리가 안 되면 여야 모두에게 정치력 부재라는 꼬리표가 달리지 않겠느냐”며 “민주당에서도 여러 모로 걱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각자 예산 심의를 진행 중에 있다. 심 위원장 등에 따르면 물리적인 시간 상 지금 바로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해 예산안 최종심의에 들어가도 시간이 넉넉지 않다. 이에 따라 ‘합의처리’라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여야 모두 합의처리가 기본원칙임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심 위원장은 “(민주당이) 폭력 점거만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마지막에 가서는 독자적인 처리도 어쩔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여야는 현재 4대강 예산과 관련해 수자원공사의 사업을 위한 이자비용 지원예산인 800억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수공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관련 예산 전액삭감을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수용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