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스틸 컷.
    ▲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스틸 컷.

    지난 9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주지사 글로벌 기후 정상회의'에 한 낯익한 배우 한 명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다름아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 배우 해리슨 포드(68).

    그는 이날 개회식 연설을 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 대책을 논의하려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전 세계 유명 지도자를 초청한 가운데 포드 역시 이날 만큼은 배우가 아닌 세계적 환경운동가로서 당당히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포드는 배우이기에 앞서 전 세계 30개국 야생동물 보호계획에 수백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실천하는 환경운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년간 820억원을 벌어들여 할리우드 고소득배우 1위에 오른 바 있는 포드는 해마다 각종 환경단체에 막대한 돈을 기부함으로써 자신만의 '친환경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 2008년 개봉,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인디아나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모티브가 됐던 과테말라의 타이거 라군 국립공원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환경보호 기구가 주최하는 각종 강연에 단골로 등장하는 등 과테말라 북부 열대우림 지역 보호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왁스로 가슴털 제거, '산림파괴' 반대 시위

    포드는 또 지구촌 삼림벌목에 항의하는 의미로 지난해 자신의 가슴털을 왁스로 제거하는 동영상을 촬영해 화제가 됐다. 30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포드는 왁스를 바른 천을 자신의 가슴에 붙였다 떼는 동작을 선보이며 "열대림이 사라질 때마다 여기에 고통이 생긴다(Every bit of rainforest that gets ripped out over there, really hurts us over here)"고 말하고 있다.

    포드는 "열대림이 벌목될 때마다 많은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발산돼 온도가 변화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머나먼 타국에서 벌어지는 산림 파괴가 미국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지를 온몸으로(?) 표현, 당시 환경운동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 ▲ 2008년 환경단체 '국제 보존(Conservation International : CI)'이 제작한 해리슨 포드의 '가슴털 제거' 동영상 스틸.  ⓒ 유튜브 캡쳐
    ▲ 2008년 환경단체 '국제 보존(Conservation International : CI)'이 제작한 해리슨 포드의 '가슴털 제거' 동영상 스틸.  ⓒ 유튜브 캡쳐

    해당 비디오를 제작한 환경단체 '국제보존(Conservation International : 이하 CI)'은 "열대림을 태울 때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20%가 발생한다"고 밝히며 "이 수치는 전 세계 자동차, 비행기 등이 내뿜는 탄소가스보다도 더 많다"고 주장했다.

    국내 환경운동 관계자는 "해리슨 포드는 인디아나 존스, 스타워즈 등으로 미국인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대표적 영웅 캐릭터"라며 "테러리스트와 맞서 싸우는 대통령 역할(에어포스 원·1997년)로 지난해 미국 네티즌이 뽑은 '최고의 영화 속 대통령'으로 뽑혔던 포드의 한 마디가 미국인 뿐 아니라 전 세계 팬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하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했다.

    ◇개인농장 고라니 사냥 요청에 "절대불가" 배짱

    환경보호운동 최일선에 서서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드높이는 포드의 모습은 이미 해외 팬들에겐 낯익은 광경이다.

    포드는 10년전부터 유명인사들과 함께 전 세계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퍼포먼스와 시위를 벌여왔는데 지난 2001년에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교토 의정서 탈퇴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해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모았다. 포드는 당시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금융계 거물 조지 소로스, 우주비행사 출신 존 글렌 상원의원 등 유명 인사 10명과 함께 "우리 아이들 미래는 미국 대통령인 부시와 세계 지도자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에 달려 있다"며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 억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포드는 2002년 미국 뉴욕 허드슨강을 헬기로 감시하는 리버 키퍼스(River keepers)를 결성하는가 하면, 미국 와이오밍주 자신의 개인 목장에 있는 고라니 사냥을 허용해 달라는 주 당국의 요청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시 포드의 농장은 주 당국이 고라니의 적정수로 적시한 5000마리를 훨씬 넘어선 '고라니 천국'이었다는 것. 그러나 포드는 사냥꾼 접근을 금한다는 내용의 표지판까지 목장에 내걸며 고라니 사냥 방침에 끝까지 반대 의사를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