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장인 전여옥 의원은 이번 10·28 국회의원 재선거를 "굉장히 재미있는 선거"라고 말한다.

    자당의 선거판세가 5곳 선거구 중 단 한 곳에서만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 보면서 뭐가 재미있을까. 여당 핵심 관계자는 "희한한 선거"라고도 했다. 자당이 아니라 경쟁 상대인 민주당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집주인은 안 보이고 객들만 보인다"는 푸념도 한다. 경기 수원장안은 손학규 전 대표, 경남 양산은 투신자살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면에서 선거를 진두지휘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당 선거전략을 짜는 전 의원으로선 지역마다 경쟁상대가 다르고 공격타깃이 분산돼 힘든 게 사실이다. 이를 "재미있다"고 표현하고 "희한하다"고 표현했지만 속으론 고민이 크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들은 "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안 보여!"라고 불만도 쏟는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정 대표는 제1야당 대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노출이 적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원장안에서 손 전 대표의 요구로 그의 측근에게 공천장을 줬고 유세도 맡겼다. 한나라당이 "후보는 이찬열이 아니라 손학규"라고 말하는 이유다.

    전직 여당 대표와 맞붙은 경남 양산은 대표적 친노 인사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선대위원장으로 뛰고있다. 당적이 없는 친노 인사에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해찬 유시민씨 등 골수 친노들이 유세현장을 누비고 있다. 당 관계자는 "양산은 노무현의 핵심 멤버들에게 맡겨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 중에는 친노정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인사들도 있어 정 대표는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선거를 맡긴 셈이다.
     
    두 지역 모두 출발 당시 한나라당이 앞섰지만 이런 이유가 작용하면서 박빙으로 흐르고 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5곳 중 최소 2곳 승리를 자신하던 한나라당이 "우세한 곳은 한 곳"이라 말하고 승패 기준에도 말문을 닫으며 입장을 달리한 것도 이런 선거상황을 설명한다.

    이런 변화를 '면피용'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마찬가지로 정 대표가 주요 선거지역에 '대리인'을 내세운 것을 두고도 같은 비판이 제기된다. 공천부터 선거유세까지 손 전 대표와 친노인사에게 맡기다시피 한 것이 패배시 제기될 책임론 강도를 다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손 전 대표에게 맡겼다고 당 대표는 책임을 안지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대표가 안가는 지역이 어디 있느냐. 다 지원유세를 하고 있지"(당 관계자) 등의 반론도 나오지만 공식 선거운동 시작 뒤 정 대표 동선을 보면 경기 안산 지원유세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