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인물이다. 지난 대선에선 불출마 선언까지 해야 할 만큼 정치권으로 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영입하려 했고, 대중적 인지도 역시 '개혁적'이란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있다. 새 국무총리로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얘기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과 궁합이 맞을 것인가 궁금증이 크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출현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한나라당 표정은 '환영'이다. 그러나 계파별로 미묘한 온도차는 감지된다. 친이계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가 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은 물론, 여권 전체에 플러스가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이 대통령 국정장악에 힘이 실리는 동시에 당 무게중심 역시 자신들에게 쏠릴 것이란 기대에서 이번 '정운찬 카드'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뚜렷한 견제카드가 없던 친이계로선 일단 박 전 대표를 긴장하게 만들 카드를 가졌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저쪽(친박진영)은 경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에게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 총리 내정자가 앞으로 얼마만큼 이 대통령 및 청와대·정부 경제팀과 손발을 잘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지만 "일단 여당에 긴장감을 줬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정 총리 내정자 발탁이 일단 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그가 당장 당내 역학구도에 변화를 가져오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은 뭐라 얘기하기 곤란하다. 그냥 좋은 인사를 했다는 것 외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이럴 것이다'하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정 총리 내정자가 '박근혜 대항마'가 될 것이란 전망에도 고개를 갸우뚱 하는 이가 더 많다. 중립성향의 모 중진 의원은 "난 정운찬 총리 내정자를 잘 모른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 정 총리 내정자가 '박근혜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보는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고 YS.DJ때나 그랬지 지금은 대통령이 말하면 다 따라가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면서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 내정자를 '박근혜 대항마'로 보는 일부 시각에 "택도 없는 소리"라며 "당내 세력이 하나도 없는데 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친이계 한 재선 의원은 "그 분이 그렇게 정치력 있는 분이 아니다"며 "당내에 세력을 만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정치권에 있는 사람에게 그 분을 물어서는 정확한 답이 안 나온다. 지금 정 총리 내정자가 '앞으로 이렇게 해서 대권주자로 가야겠다'는 판단을 못할 분"이라고 했다.

    물론 "지금 차기 대선후보군에는 적잖은 긴장감을 줄 것"이란 친이계 내부 목소리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그가 아직 검증대에 오르지 않았고 정치력에도 의문부호를 달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