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경영진조차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 원본 테이프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방문진 업무보고에서 드러났다.

    원본 테이프는 제작진이 편집을 가하기 전 취재 내용이 담긴 것으로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고의로 과장·왜곡되었는지를 가릴 수 있는 핵심자료이다. 이런 자료도 보지 않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는 MBC 경영진은 졸속 조사를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MBC의 태도는 일본 니혼TV의 오보에 대한 대처자세와 대비된다. 니혼TV는 시사프로그램인 '진상보도 반키샤'가 작년에 보도한 기후현의 비자금 조성에 관한 내용이 허위 제보를 바탕으로 한 오보로 판명되자 정정방송을 내보냈다. 사장이 사퇴하고 보도국장이 경질됐다. 담당 프로듀서와 데스크도 징계를 받았다. 니혼TV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본의 방송윤리·방송프로그램향상기구(BPO)가 오보에 이르게 된 과정을 밝히는 검증프로그램을 내보낼 것을 권고하자, 지난 24일 '오보 검증 특별방송'을 내보내고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다짐했다. 방송사 입장에서 오보가 나간 뒤 9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시청자들의 망각에 기대고 싶었을 수 있고, 책임질 만큼 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철저한 자기반성이 급선무라는 쪽을 택한 니혼TV의 결단이 옳았음은 시청자들이 곧 증명해 줄 것이다.

    MBC는 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에 대해 형식적인 사과만 한 채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외부의 비판은 방송장악 음모라는 말로 핏대를 올리고, 내부에서는 노조 눈치 보기에 휘둘려 자기정화 기능도 상실한 MBC에 남은 것은 시청자들의 외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