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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100일 거리투쟁에 나섰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미디어관련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면서 전국을 돌며 정부여당을 비난하고 있지만 도리어 시민들로부터 '싸울 거면 국회로 가서 싸우라'는 소리까지 듣는 실정이다.
뙤약볕이 작렬하는 29일, 민주당이 안산 상록수역과 강변역에서 홍보를 이어갔다. 거리투쟁 이틀만에 민주당은 전날 서울 영등포역과 신촌네거리에서 겪은 시민들의 반응보다 더 냉담한 반응을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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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거리로 뛰쳐나간 민주당이 두번째로 투쟁시위를 벌인 안산 상록수역 앞 전경(왼쪽 사진).민주당이 언론법 무효를 주장하며 서명을 받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천막 안의 한 의원은 손짓으로 와달라며 시민들에게 서명을 호소하고 있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고개를 돌렸다 (오른쪽 사진) ⓒ 뉴데일리
민주당은 이날 3시부터 상록수역에서 홍보를 시작했다. 이날 거리행사는 정세균 대표, 장상 김진표 최고위원, 천정배 원혜영 박기춘 최재성 이석현 강기정 조정식 김유정 의원과 안산지역 대표로 김재목 전해철 위원장 등 적은 인원이 나왔다. 그 외 거리투쟁에 함께한 사람들은 고작 민주당 당원과 당직자 뿐이었다. 당직자를 빼고 관심을 갖고 이날 행사를 지켜본 시민은 10~20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굵직한 현안마다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들어 효과를 봤던 예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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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록수역 앞에서 분식을 팔고 있는 가게주인은 민주당 거리투쟁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장사도 안되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왼쪽사진). 이 역 쓰레기 통에 버려진 민주당 언론법 홍보전단지가 눈에 띈다(오른쪽 사진)ⓒ 뉴데일리
상록수역 앞에서 분식을 팔고 있는 가게 주인은 "장사도 안 되는데 왜 거리로 나와서 저러는 지 모르겠다. 짜증날 뿐이다"고 푸념했다. 이 분식집에서 민주당 홍보를 지켜보고 있던 김모(55.남)씨는 "설령 미디어법이 통과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더라도 국회의원들이 거리로 나오는 건 보기 좋지 않다"면서 "시대가 어느 시댄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민주당은 거리투쟁 출범식에서 '국민 속으로 찾아가는 투쟁' 운운하며 미디어법 무효 홍보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이 법을 악법으로 규정,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는 10월 재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미디어법을 빙자한 사실상 선거 전초전 구축이라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거리투쟁 연설에서 "한나라당과 이 정권은 국민 70%가 문제가 있다고 반대하는 재벌과 조중동에 방송을 주고 외국인들에게도 뉴스채널을 주는 언론악법을 단독 강행 처리하는 것은 오만 극치의 독재"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앞으로 100일동안 MB악법이 얼마나 더럽고 추한 것인지 국민들에게 얼마나 해를 끼치는 악법인지를 분명히 알려주기 위해 거리로 나와 문제점을 낱낱이 알려드리겠다"고 소리쳤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던 한 시민은 "박수치는 사람도 없는데 국회로 돌아가버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날 거리투쟁에 지지를 보낸 일부 시민도 있었는데 대학생 서모(22)씨는 민주당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란에 사인을 하고 나오면서 "언론악법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며 민주당을 두둔했다.
미디어법 통과에 불만을 품고사퇴서를 낸 천정배 의원(안산 단원갑)도 거리에 섰다. 천 의원은 "국회는 더 이상 민의의 전당도 민주공화국도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더러운 탐욕의 장이다"고 비난을 쏟았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역 굴다리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한 남성은 "나도 미디어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저런 식으로 국민이 뽑은 정권을 욕하는 의원이 대체 어딨냐"면서 "저럴거면 국회의원은 왜 된거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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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록수역 앞에서 '100일 거리투쟁' 두번째 날을 맞은 민주당. 대체로 한가한 분위기다 (첫번째 사진). 연설을 끝낸 민주당 의원 몇몇이 모여 안산시내를 돌고 있다(두번째 사진) . '악법발의 나경원' '폭력주도 안상수' 등을 주장하며 피켓을 들고 가면을 쓰고 있는 장면(세번째 사진). 안산 단원갑이 지역구인 천정배 의원이 거리를 돌며 홍보하고 있다(네번째 사진) (시계방향) ⓒ 뉴데일리
국회 밖으로 나와 여론몰이를 하던 민주당으로서는 이런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에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상록수역 거리운동이 끝난 후 서명을 받고 있던 민주당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아직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또 다른 민주당 당직자는 "안산은 천 의원님 지역구라서 호응도가 높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이날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연설도중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역 근처서 잡화를 팔던 한 남성은 "모기 소리같은 호응"이라고 혀를 차며 "온통 당직자만 모였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장외투쟁 동력을 잃은 분위기에서 민주당이 장장 100일간 거리홍보를 계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리투쟁 홍보본부장을 맡은 최재성 의원은 "첫번째 주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런 상태에서 영 신통치 않는 시민 반응에 곤혹스러운 민주당이다. 또 민주당의 인물난도 심각하다. 정 대표 하나에 의지해 거리 홍보에 열을 쏟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휴가철이 겹쳐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상황이다.
이날 정 대표는 연설 후 상록수역 일대 상가를 돌면서 상인과 시민에게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홍보전단지를 돌렸다. 상가 근처에서 정 대표가 건넨 홍보지를 두 딸과 함께 받은 주부 오모(45.여)씨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씨는 "민주당은 저만큼 했으면 됐다. 이젠 국민 경제와 민생을 위해 힘쓸 시기지 저렇게 편을 갈라서 자신들의 주장만 옳다고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성남과 구리, 31일에는 인천 , 그리고 내달에는 호남과 강원, 충청, 영남 순으로 전국을 돌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