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기어코 배지를 떼고 길거리로 나섰다. '언론악법 원천무효.민생회복 투쟁위원회'라는 이름을 걸고 여론몰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원외투쟁 첫날인 28일 거리로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 영등포역과 신촌에서 미디어 관련법을 '언론악법'이라고 주장하며 목청을 높였다.

    첫 행선지는 오후 4시경 영등포역 앞이었다. 'MB정권 심판'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민주당 의원들은 '언론악법 무효'라고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오죽했으면 거리로 나왔겠느냐"는 대답과 "국회에서 일은 안 하고 왜 저런 선동만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갈렸으나 민주당의 첫날 가두행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 ▲ 첫번째 사진은 민주당의 영등포역에서 열린 거리투쟁 홍보장면. 두번째 사진은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온 민주당 의원들. 세번째 사진은 역 앞 에스컬레이터에서 홍보를 하고 있는 민주당. 네번째 사진은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서명을 받고 있는 정세균대표(좌)와 송영길 최고위원(우) (시계방향)ⓒ 뉴데일리
    첫번째 사진은 민주당의 영등포역에서 열린 거리투쟁 홍보장면. 두번째 사진은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온 민주당 의원들. 세번째 사진은 역 앞 에스컬레이터에서 홍보를 하고 있는 민주당. 네번째 사진은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서명을 받고 있는 정세균대표(좌)와 송영길 최고위원(우) (시계방향)ⓒ 뉴데일리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20여명은 역 근처 에스컬레이터 앞과 역 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줬다. 갑작스러운 정치인들의 가두행진과 취재진들 때문에 시민들은 붐비는 역 앞에서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이모(70)씨는 에스컬레이터를 겨우 올라오면서 "시끄럽고 불편하다. 국회가서 저럴 일이지 왜 밖으로 나와서 시민들 괴롭히나"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거리에서 정치투쟁가요인 '바위처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등을 틀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정부여당 비판에 일부시민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으나 대다수의 반응은 아니었다. 한 남성은 "도대체 어디가 독재라는 건지 민주당을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먹고살기 바쁜데 민중들이 아직까지도 무식한 줄 알고 저러고 다닌다"고 혀를 찼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 정도면 시민들 반응이 괜찮은 것 아니냐. 전엔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욕해서 거리행진하다가 수모를 겪기 일쑤였다"고 자평했다.
     
    대형트럭에 올라선 정 대표는 "이승만 정권 때 개헌을 사사오입으로 처리해 교과서에서 잘못된 투표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며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사사오입과 같이 의사 정족수가 모자라 부결되자 재투표라는 해괴한 논리를 대고 있다. 제2의 사사오입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받은 김민석 최고위원도 모습을 나타냈다. 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국회를 동물농장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비난을 쏟았다.그는 "(미디어관련 법은)조중동이 방송까지 먹으려 하는 거고, 한나라당은 '너희가 방송까지 다 먹어라'며 독식하라는 것이다"고 거칠게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6시  민주당은 서울 신촌네거리로 이동해 거리 홍보전을 펼쳤으나 영등포역 거리 홍보전 보다 더 시큰둥한 시민들의 반응이 나왔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민주당 의원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무신경하게 지나치는 사람이 많았다. 냉담한 시민들의 반응에 머쓱했는지 신촌역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던 한 의원은 "재미나요. 봐주세요"라며 홍보지를 돌렸다.

  • ▲ 신촌 네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언론악법 원천무효'라며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민주당 의원. 시민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 뉴데일리
    신촌 네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언론악법 원천무효'라며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민주당 의원. 시민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 뉴데일리

    신촌네거리 가두행진에서 사회를 맡은 우상호 전 의원은 "솔직히 말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 선거 도와준 측근에게 방송을 선물하려는 거 아니냐"면서 근거없는 막말을 쏟아냈다. 장상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길거리로 나왔다고 조롱하지만 국민 속으로 나온 것이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신촌 거리연설을 지켜보고 있던 대학생 송모(26)씨는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신선하고 좋지만 미디어법이라고 하면 조중동, 재벌, 악법이라고만 주장하는데 막상 근거를 대라고 하면 제대로 말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거리에서 이렇게 모양빠지게 행동하기보다는 차라리 국회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퇴근 길에 만난 한 남성 직장인(44)은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정책이 바뀌기 마련"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자유지만 표결을 방해하고 정권퇴진 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의회민주주의 기본원칙을 망각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해외유학을 갔다 왔다는 한 여성 전문직 종사자(37)는 "부시 정부 때 민주당이 '부시 퇴진'을 요구한 적이 있던가요?"라고 되물으며 "광우병에서 미디어법으로 화두만 바뀌었을 뿐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매년 정권퇴진 구호를 외치는 걸 보면 이제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시내 홍보전을 시작으로 오는 29일 경기도 안산과 수원, 30일 성남과 구리, 31일에는 인천 등 거리를 돌며 100일간 여론몰이를 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