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혼란 부추긴 미네르바, 일간스포츠에서 부활?
    섣부른 예단 '선동적 글' 온라인 유포 재발 조짐‥

  • ▲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박대성. ⓒ 연합뉴스
    ▲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박대성. ⓒ 연합뉴스

    지난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국내 경제동향과 관련, 허위 사실을 근거로 극도의 비관적 전망을 제시해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고 정부의 환율정책 수행을 방해했던 경제논객 '미네르바(본명 박대성)'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에 경제전문 칼럼니스트로 복귀했다.

    일간스포츠는 지난 2일과 6일, '미네르바 경제이야기'라는 타이틀로 박대성(31)씨의 칼럼을 연속 게재했는데 박씨는 이 글들에서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돼 소득하위 계층들의 불만이 잠재적 폭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MB노믹스는 평가자체가 무의미한 과거정책의 재탕"이라며 한국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무대만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겼을 뿐, 현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의 날'은 더욱 날카로와진 느낌이다. 더욱이 박씨는 "조만간 온라인에도 경제를 분석한 글들을 쓰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대외 신인도를 해치고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던 박씨의 '선동적 글'이 아무런 제재 없이 또 다시 온라인에 등장할 조짐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외환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 것처럼 허위의 내용을 적시해 나라 전체를 혼돈으로 몰고간 인터넷 논객에게 사회적으로 너무나 쉽게 관용을 베풀고 면죄부를 내려준 것 같다"며 과장된 미네르바 신드롬을 역이용하려는 국내 언론의 선정적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언론이 이를 중재하고 걸러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부추기고 있다"며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선정적 방송은 TV의 고질적인 병폐"이라고 일부 언론을 통해 말한 바 있다.

  • ▲ 검찰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 보도 사건과 관련해 조능희 전 책임PD와 김은희 작가 등 MBC PD수첩 제작진 4명을 체포한 가운데 지난 4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방송4사구성작가협의회, 방송인총연합회 등이 언론탄압 중단과 제작진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검찰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 보도 사건과 관련해 조능희 전 책임PD와 김은희 작가 등 MBC PD수첩 제작진 4명을 체포한 가운데 지난 4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방송4사구성작가협의회, 방송인총연합회 등이 언론탄압 중단과 제작진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중파 방송이나 특정 언론에서 관련 유언비어를 여과 없이 흘려보내 청소년들이나 전문 지식이 얕은 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mina란 네티즌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어둠 속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미네르바 신드롬을 지켜보며 문득 미네르바를 추앙하고 대단한 인물인 냥 묘사하는 프로그램들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좁은 땅덩어리에 편견은 심하며 정치 상황에 따라 시민의 밥상 풍경까지도 변모하는 나라‥. 그러다보니 난세에 혹세무민하는 자도 생겨나고 하나의 견해에도 점집 드나들 듯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작금의 현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공포와 불안이라는 감정은 대중의 심리 속에 커다란 집단적 에너지를 형성하고 한 사람을 금새 영웅으로 만들어 놓는다"면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점쟁이 노릇을 하고 불안의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그는 점쟁이와 다를 바 없다"며 박씨를 평가절하했다.

    광우병에 ‘놀라고’ 미네르바에 ‘현혹’ 결론은 사실무근?
    혼탁해진 인터넷 정보 통제, ‘정화 장치’ 필요성 대두

    뿐만 아니라 '미네르바 사태'를 계기삼아 학계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 이전에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사회적 분란을 야기 시키지 않도록 이를 적절히 통제하는 제도적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정보로 네티즌들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악성 루머를 퍼뜨려 시세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사이버 애널리스트'처럼 박씨의 글 역시 특정 세력에 의해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며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퍼져있는, 거짓되고 과장된 정보들이 제대로 여과되지 않을시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언제든지 등장해 사회적 혼란을 다시금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 '국소적' 커뮤니티에서 돌던 '광우병 괴담'은 병든 소가 도축장에서 쓰러지는 화면을 반복 편집해 보여주며 시청자 감정을 자극한 'PD수첩' 방송과 만나, 기름에 불 붙은 격으로 삽시간에 퍼지며 많은 국민들의 손에 "MB 타도"라는 서슬퍼런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거머쥐게 하는 웃지 못할 사태로까지 비화됐었다.

  • ▲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1차장 검사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1차장 검사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에도 인터넷에 떠도는 '미친 소 이야기' 내용을 여과 없이 방송해 잘못된 과학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뉴스 보도 역시 전문가보다 일반인의 의견을 비중 있게 다루는 등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잇따랐지만 '광우병사태'를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만 이용한 일부 방송의 고집으로 인해 인터넷 상에 퍼진 '거짓된 이야기'는 어느새 진실로 둔갑, 국민들을 감성을 자극하고 현혹시켰다.

    문제는 정제되지 않은 여론과 정보를 걸러주는 '여과 장치'의 존재 여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방송의 적합성 여부를 따지고 공공성을 해치는 내용이 나갈 경우 사후 적절한 제재조치가 가해지는 공중파 방송과는 달리, 인터넷상에는 딱히 이를 규제하거나 감독하는 기관이 전무하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만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자유방임주의'가 완벽히 구현되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을 이용, 허위사실에 기댄 선동으로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이 같은 일을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을까.

    검찰, ‘전기통신기본법’ 근거 “공익 위해 표현자유 제한”
    재판부 “미네르바 글, 공익 해할 목적 없다” 무죄 판결

    검찰은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씨를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시켜 공익을 해쳤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했었다. 당시 그에게 적용됐던 혐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박씨가 지난해 7월 말에 쓴 '환전업무 8월1일부 전면중단'이라는 글과, 12월 29일에 게재한 '정부 달러매수 금지 긴급공문 발송' 글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47조 1항을 위반했다는 것이 주 골자였다.

    검찰이 박씨에게 적용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당시 검찰은 박씨가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는 내용을 절대 다수가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알렸다면 현행법 위반으로 볼 근거가 충분하다고 강조했었다.

    검찰은 "정부가 8월 1일부터 환전업무를 중단했고, 긴급업무명령 1호를 내려 수출입 관련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시켰다"는 박씨의 주장이 조사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고, 포털에 '박씨의 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접수된 점을 미루어 박씨에게 공익을 해할 목적이 다분히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 ▲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지난 4월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지난 4월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재판부는 달랐다. 지난 4월 21일 검찰의 주장대로 "당시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염려해 환전업무를 중단시키고 금융기관 등에게 달러매수를 금지하는 긴급공문을 전송한 사실은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박씨가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인지한 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글을 썼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설명,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씨가 외화예산 환전업무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는 상태에서 기획재정부에서 금융기간에 대해 달러 매수 자제 요청을 했던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었고, 각 글의 표현방식에 있어서 과장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서술이 있다 하더라도 당시 박씨가 게시글의 내용이 전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그러한 글을 게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허위의 사실’을 게시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없는 이상, 당시 피고인에게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가인권위는 박씨가 써 놓은 글에 대해 "'공익을 해할 목적' 이나 '허위 통신'이라는 검찰 측 표현이 애매한데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형사 처벌을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결국 전기통신기본법의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애매한(?) 조항을 근거로 박씨를 구속 기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도 제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검찰 측의 주장은 법원의 무죄 판결로 산산이 부서진 꼴이 됐다.

    ‘미네르바’ 등장에 사이버모욕죄∙인터넷실명제 ‘철퇴’
    박선영, 사이버모욕죄 ‘정치적 악용’ 가능성 있어 반대

    하지만 지난 1년여간 인터넷을 휘저으며 국내 경제에 '불안 바이러스'를 퍼뜨렸던 미네르바의 '무죄' 판결은, 오히려 피해자 등 고소권자의 고소가 없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는 '사이버모욕죄'과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신설 및 개정을 부추겼다.

    한나라당은 기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안을 발의, 사이버모욕죄의 신설과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중 사이버모욕죄란 기존 '모욕죄(형법 제311조)'와는 달리 인터넷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을 모욕함으로서 성립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그동안 대법원은 각종 명예훼손 판결을 통해 합리성이 있는 모욕성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보지 않고 무죄로 판결해 왔다. 그런데 '반의사불벌죄'인 사이버모욕죄가 성립될 시 명예훼손보다 더 포괄적인 모욕에 대해 당사자의 신고 없이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형법보다 더 가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즉 모욕당한 사람이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에서 자발적인 수사가 가능하게 된 것.

  • ▲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 연합뉴스
    ▲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 연합뉴스

    사이버모욕죄를 대표 발의한 나경원 의원은 "우리나라의 인터넷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인터넷 문화는 건강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며 "개인에 대한 악성 루머의 유포와 비인격적 비난은 지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인터넷이 법치주의의 예외 공간이 아닌 만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건강한 인터넷 문화 조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티즌의 자정 노력이지만  개인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법치주의의 확립을 통한 사이버모욕죄의 도입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사회적으로 사이버 모욕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나 해결 방안 및 시기에 대해선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방법면에서도 정보통신망 개정을 통한 '사이버모욕죄 신설' 혹은 형법 개정을 통해 모욕죄를 강화하는 방법 등으로 나뉘고 있으며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의 적용 여부도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먼저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나 민주당 우윤근 의원 등은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이 매년 2배 이상 증가하고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욕설정보 심의사건 수도 2006년 당시 수천 건에서 지난해 3만여 건으로 늘어나는 등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 처벌이 약한 모욕죄에 기대지 말고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나경원 간사와 민주당 전병헌 간사가 지난 7일 오전 문방위 회의실 앞에서 간사회의 브리핑을 가진 뒤 헤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나경원 간사와 민주당 전병헌 간사가 지난 7일 오전 문방위 회의실 앞에서 간사회의 브리핑을 가진 뒤 헤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사이버모욕죄가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장치로 남용될 수 있다"며 "사이버모욕죄가 도입된다면 욕설외에도 풍자적 표현, 완곡한 표현도 모욕죄에 해당되도록 자의적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 신설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도 "사이버모욕죄의 도입은 인터넷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가중처벌을 한다는 논리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해도 네티즌들은 법 제재를 피해가는 우회적 방법을 쓰기 때문에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실명제’ 확대 실시에 IT업계 강력 반발
    인터넷 논객 “익명성 갖는 파괴력 철저히 거세”

    나아가 정 의원은 지난 2007년부터 시행중인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의 확대 계획에 대해서도 유튜브 사태를 거론하며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일 한국언론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정 의원은 "국내 법인이 없는 외국계 기업이 해외에 서버를 둘 경우 규제하기가 어려워 형평성 시비가 생길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사이버망명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어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악성댓글을 줄이는 근본적 처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존 현행법 아래에서 집행기준을 체계화하고 인터넷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제재 강화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 ▲ 지난달 18일 오전 정두언 한나라당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포털 관련 토론회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달 18일 오전 정두언 한나라당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포털 관련 토론회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4월 1일부터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의 범위를 확대해 하루 10만 이상 방문자 사이트에 적용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자 인터넷 실명제 대상에 포함된 '유튜브코리아'는 4월 8일 공식블로그에 글을 띄워 “유튜브는 국내의 본인확인제 관련 법률로 인해 오늘부터 한국 국가 설정에 한해 동영상/댓글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따라서 유튜브는 본인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터넷실명제를 거부한 바 있다. 

    현재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중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의 경우, 기존 제44조의 5에 있는 항목(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을 '정보통신서비스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10만 이상이라는 일일 평균 이용자 수를 빼고 단순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라고 항목을 교체, 규모가 작은 웹사이트에도 소위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며 "사실상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확대 실시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26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한국 인터넷 업계 CEO들과 만남을 가졌다. 인터넷 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각종 규제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의장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이들의 만남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자리에서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인터넷 관련 법안이 62개이고 정보통신망법만 19개가 있는데, 대부분이 규제 법안이다”이라고 말하며 최근 구글의 유튜브가 제한적 본인확인제 적용을 거부,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우려했다. 이어 허 회장은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이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지지부진하다”며 “사이버상의 창의와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달 26일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인터넷 기업협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달 26일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인터넷 기업협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또 “최근 구글의 유튜브가 제한적 본인 확인제 적용을 거부했는데, 이에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었다”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규제에 앞서 인터넷 산업을 성장시켜야 하는데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은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지지부진하다. 사이버상의 창의와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화답했다.

    인터넷 논객들도 불안해 하긴 마찬가지. 아고라 경제논객 양원석(필명)은 정부의 이 같은 시도에 대해 "광장의 안전성을 없애면서, 광장 그 자체를 없앤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의 제재 움직임 이후)시민의 익명성이 갖는 파괴력은 철저히 거세됐고, 그들의 온라인 광장엔 잡초만 무성해졌다”고 평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 황철중 네트워크정책국장은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시대 표현의 자유' 컨퍼런스에서 "본인확인제가 인터넷 폭력에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선 옳은 제도이지만 정치적 의도가 있는 사람들에겐 가혹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황 국장은 "본인확인제를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며 "정부의 일을 무조건 비판하지 말고 왜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었는지를 한번 생각해본 뒤 비판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