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사교육 문제를 잇따라 언급하면서 정부의 사교육 대책의 추진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6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제시된 사교육비 경감 긴급 대책은 사교육 경감에 대한 당ㆍ정ㆍ청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정부안으로 채택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고질적인 사교육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과외 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대책이 요구되는 만큼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하지만 부작용을 줄이려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측이 토론회에서 제시한 대책은 ▲특목고ㆍ자율형 사립고 입학전형 개선 ▲내신 절대평가 도입 및 내신비중 축소 ▲학원 교습시간 제한 ▲교원평가제 실시 ▲예체능 특성화학교 확대 ▲방과후 영어 무상교육 ▲EBS 초ㆍ중생 학습지원 확대 등 크게 7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미 정부안으로 채택했거나 채택을 검토하는 것들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관심의 대상인 안은 `내신 절대평가 도입 및 내신비중 축소', `학원 교습시간 제한' 등이다.

    내신 절대평가 도입 및 내신비중 축소안은 현행 내신 9등급 상대평가를 5등급 절대평가로 바꾸고 고교 1학년 내신 성적을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는 현행 내신 9등급 상대평가가 사교육 유발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9등급 상대평가는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학생이 속한 집단 내의 상대적 서열에 의해 판단하는 제도여서 학교 간 경쟁이 아닌 학급 간 경쟁을 유발하고 학습 부담을 늘리며 내신 사교육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견해가 많다.

    또한, 철저한 양적 평가이기 때문에 질적 평가 중심인 입학사정관제와 상충해 결국 고교 등급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비해 절대평가는 절대적 기준에 맞춰 학생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제도이므로 학생들 간 서열 등급 경쟁이 완화되고 사교육 수요도 그만큼 줄게 된다는 것이다.

    고1 내신 성적을 대입에서 반영하지 않도록 하자는 안은 중3~고1 때부터 대입을 위한 사교육이 과열되는 것을 막으려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목적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현재 수능시험도 고교 1학년 과정은 출제 범위에서 제외되고 있다. 내신제도 개선과 관련한 이 같은 주장은 교육계 현장에서도 상당히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교원 58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사교육 경감을 위해 시급한 정책으로 `내신 절대평가 전환 및 내신 반영비율 축소'를 꼽은 응답이 전체의 37.65%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 현실상 특정 학년 또는 과목의 내신 반영 비중이 축소되면 바로 공교육 붕괴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고 내신 부풀리기 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교과부 김보엽 대학자율화팀장은 "당장 고1 내신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라.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해당 과목 공부는 안하고 다른 입시 공부에 매달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재갑 교총 교육정책연구소장은 "내신 부풀리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엄정한 성적 관리를 위한 교원의 평가 전문성 신장 방안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 교습시간 제한은 현재 각 시도 조례에 따라 오후 10시~12시까지로 돼 있는 학원 교습시간을 학원법을 통해 모두 오후 9시 또는 10시까지로 단일화하자는 내용이다.

    시도 조례보다 구속력이 훨씬 강한 법으로 학원 심야 교습을 금지하고 그에 따른 처벌 조항을 강화함으로써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는 학원 운영을 인위적으로 규제한다는 점에서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고 자율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으나 사교육 위축 효과는 꽤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민주당이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를 골자로 한 학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적극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학원 심야교습 금지가 정부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교과부 양성광 인재기획분석관은 "국회에서 입법화가 된다면 주무 부처인 교과부는 따를 수밖에 없다. 법안이 실효를 거두도록 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현재 지배적인 사교육 수단이 학원이므로 교습시간 제한이 사교육비 제어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실효를 거두려면 학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제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