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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위해 영진위가 사는 법

입력 2009-06-25 13:59 수정 2014-01-02 09:30

제일 처음 노조의 반발이 있었을 때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다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해임 건의안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한동안 멍해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평가기준의 모호함은 둘째 치더라도 과연 해임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들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평가기준의 결과를 인정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현 영화계에 타격을 주는 해임으로까지 가야 되나 하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과연 그것은 옳은 것이고 적절한 것인가?

지난 10년간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보이지도 않는 ‘한국관객 1천만 시대’와 ‘한류’의 끄트머리에 붙어 환상을 쫓아 다녔다. 말도 안 되는 ‘세계 5위 영화강국’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그들은 연신 샴페인을 터뜨리며 아방궁스러운 환락의 공간으로 추락했다.

민간행정기구라고 말은 하지만, 정권의 혜택을 받은 위원장과 위원 인사들이 포진해 흥청망청 낭비를 일삼았다.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적절한 국가 자금의 집행 없이 입맛 맞는 대로 나눠주고 자기들끼리 배를 채우는 형식이었다.

물론,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 모두 ‘한류’와 ‘1천만 관객시대’의 신기루에 정신 나간 상태로 스크린의 독과점이나 특정세력의 권력화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고, 그것이 자기들의 능력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했는가? 이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스크린의 독과점은 일상화가 되어 버렸다. 그 결과는 바로 어제 개봉한 ‘트랜스포머2’의 개봉관 수에 아연실색하게 하는 관객들에게 어떠한 변명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상업영화만 이런 만행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독립영화는 더욱 심하다.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금들은 특정세력의 전유물로 급락해 버렸고, 그들은 자신들의 독립영화를 한다는 현실을 포기하고 자신들만이 한국의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듯한 망상적 행위를 펼치고 있다.

영화의 기본이어야 할 독립영화라는 목적의식 따위는 왜곡된 지 오래고, 그러다 보니 독립영화의 사회적 목적과 의무는 일방향성을 띄며 형평성을 잃어 버렸다. 제직과 배급 지원 역시 그들의 논리에 맞춰야만 했으며, 그런 비 형평성은 다양한 의식을 고취해야 할 독립영화의 상상력에 제동을 걸어 버렸고, 급기야 한국의 독립영화는 하나의 의식적 목적과 상업적 변질을 눈뜨고 봐야만 했다.

스스로 권력화가 되어버린 특정 독립영화집단은 그렇게 배부른 돼지가 되어 그들뿐 아니라 모든 독립영화의 의식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이번에 문제시된 영진위노조문제도 그렇다. 지난 3기 안정숙 체제에서 달라는 대로 다 주고, 하라는 대로 다 해줬다. 자기 식구 챙기고, 자기들 편하기 위해서……. 나태함의 극치를 그들은 스스로 즐기며 그렇게 국가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었고, 한국영화의 쇠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흥청망청 잔치판만 벌이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4기 영진위 체제로 들어서면서 문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난데없는 이념과 사상 싸움이 그 시작이었다. 물론 그 시작은 강위원장의 말 실수 하나에서 시작됐지만, 그 싸움을 지겹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강위원장이 아니라 바로 그 시대의 영진위 권력자들이다. 아직도 씨네21은 표지에 이념싸움을 선동하는 제목을 크게 붙여 놓고, 이번 문제를 계속 이념문제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그렇게 이념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왜 3기의 안정숙위원장이 정권이 바뀐다는 이유만으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스스로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것일까? 한 단체의 수장이 정치적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않는 불성실함과 무책임함을 얘기하지 않는 것일까? 그런 행위는 누가 봐도 스스로를 정치적 목적에 의한 자리였을 뿐, 그 스스로가 정말 한국의 영화발전을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대놓고 말하는 것과 같았는데 말이다.

▲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어쨌든, 이번 4기 위원회는 위에서 문제시 삼았던 방만한 경영과 잘못된 운영을 바로잡을 책임을 가지고 출범할 수 밖에 없었고, 그건 강위원장이 아니라 누구라도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0년 동안 말로만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외치면서 스스로 배부른 돼지가 된 그들이 잘못된 한국영화의 방향을 잡기보다는 그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아우성은 예상했던 일이었고, 그 동안 고착된 이런 폐해와 위기의 한국영화를 살릴 그 책임은 그렇게 말처럼 쉽게 진행할 수 없는 문제였다.

당연한 행위로 노조의 파업과 폭행사건으로 인한 구설수가 올랐고, 4기 위원장 죽이기의 시나리오는 제대로 먹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그건 강위원장이 아닌 그 어떤 누구라도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시달리다 1년이 지나 4기의 영진위 청사진이 나왔고, 이제 막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떨어진 해임건의안은 영화계에 충분히 어안이 벙벙한 상태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직 뭔가를 잣대지고 점수를 주기엔 한 일이 아직 없고,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내가 아는 한 강위원장은 그 어떤 역대 위원장들보다 하고자 하는 의식은 뚜렷했다.그간의 잘못된 영진위의 방만한 운영이 그의 행동을 막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 이에게 일 한번 제대로 할 기회를 주지 않고 이대로 해임시키는 짓은 그 어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영진위 노조조차도 성명을 통해 강위원장의 해임만은 안됐으면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을까 말이다. 10년간의 관행을 바꾸기에 1년은 턱없이 부족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제일 처음 강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던 영진위 노조조차도 해임을 반대하는 현실에서 지금 영진위의 급박함과 한국영화의 급박함을 느낄 수 있다. 지난 3기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공백기가 있었고, 강위원장의 1년과 그가 해임이 된다면 앞으로 또 당분간 부위원장 체재로 가면서 2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영진위는 가질 수 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한국영화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리가 만무하다.

영진위 노조조차도 자신들만의 이기심이 얼마나 무모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인정하고, 강위원장의 해임만은 반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히 현실을 파악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영화인 자신들이다.

정권에 빌붙어 무소불위의 밥그릇만을 챙기기에 바빴던 방만한 이기주의를 떨쳐내고, 지긋지긋한 이념싸움은 정치판에 던지고 제발 한국영화의 진정한 방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행동을 해야 한다. 상업영화와 밀월을 즐기며 스스로 권력화를 이뤄버린 왜곡된 독립영화는 스스로 권력들을 내려놓고 독립영화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진위는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적인 사업을 수정하고, 제대로 된 사업과 한국영화의 근간이 되는 사업에 집중적인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들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10년 동안의 배부른 기억을 잊기엔 1년이란 시간은 아직 너무 짧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한다. 그것이 영진위가 사는 길이고, 결국 한국영화가 사는 길이다.

독립영화가 진정한 독립영화가 되는 길이고, 나 같은 놈이 또 세상이 나타나지 않는 길이다. 영진위가, 한국영화가 살기 위해 이번 4기 강위원장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떤가? 지금 상황에서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해 본 4기의 몰락은 더 큰 愚를 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확실하게 영진위의 위상을 재 수립해야 할 시점에 해임은 결코 좋은 수는 아닐 것이고, 차라리 최악의 수일 수도 있음이다. 어쩌면 이번의 위기를 계기로 영진위의 내부가 똘똘 뭉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진위 노조의 해임 반대 성명과 함께 이번 위기를 이겨낸 강위원장과 내부 조직의 연결고리는 더 튼튼해질 수도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역대 그 어느 영진위 체제보다도 더 튼튼하게 한국영화를 생각하는 영진위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사상싸움 따위는 내던지고 정말로 한국영화에 대한, 영진위에 대한 고민을 해볼 때다. 이번 문제는 위원장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영진위 직원들과 영화인 모두 인정하고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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