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정재돈 농협개혁위원 농민단체대표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공포안 서명식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법안 서명을 한 것은 취임 후 처음으로 과거 유사한 경우가 있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농협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농업계.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농업개혁위원회' 건의안을 바탕으로 작성, 지난 2월 임시국회에 제출된 뒤 여야 '만장일치'로 상임위를 통과됐다. 여야 합의를 거친 개정안은 이후 4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집무실 법안 서명식을 가진 이유는 뭘까. 이동관 대변인은 "오늘 행사를 갖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처럼 생산적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바른 방향의 개혁, 정책 수요자인 국민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면 여야가 정치적 이해나 주장을 넘어서 힘을 합쳐 법안을 처리하고 이익단체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의견을 모아서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여의도식 정치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분석부터 "국회를 무시한다"는 비난까지 여러 말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의 '여의도식 정치' 거부감은 국회가 보여준 비생산성, 비효율성에 기인했다. 이 대통령은 수시로 "정치적 이해를 떠나" "국익을 위해"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등과 같은 표현으로 생산과 효율을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농협법 개정은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주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이 법안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를 이뤘다는 점과 농민단체, 농협회장, 농협개혁위원회 등 할 것 없이 모든 관련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준 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그동안 농협 개혁 법안 처리 과정을 관심갖고 지켜봤는데 농협이 기득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이번에 이와 같이 개혁 법안 처리가 가능했던 것"이라며 "개혁은 무엇보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일고 있는 쇄신 요구와 맞물리면서 묘한 분위기를 전했다. "여당이 국민 눈에 '권력다툼'으로 비쳐지기보다 민생·개혁 법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분석과 함께 "진정한 쇄신 요구를 위한 선제 조건으로 '기득권 포기'를 제시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한 참모는 국회 계류 중인 여러 법안을 거론하며 "국민의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것이 정치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면서 "법안 서명식이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이 대통령은 변화와 개혁을 항상 외쳐왔는데 당의 진정성 있는 개혁 요구를 외면하거나 거부할 리 있겠느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