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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좀 더 여유로워졌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면서 외면하고 싶을 만큼 삶에 대해 진지하게 다뤘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영화는 좀 더 친근하고, 조금 억지스러운 인물설정과 상황들도 유머와 함께 잘 녹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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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 뉴데일리
홍상수 감독은 극적인 내용이나 편집이 없이도 ‘일상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보여주는 감독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왜 이렇게 장면이 길까’ 싶을 정도로 인물이나 상황을 오래도록 클로즈한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는 먼 산이나 물 위에서 헤엄치는 개구리를 클로즈업하는 여유를 보인다. 일상에 가장 밀착해 삶을 보여주지만 또 그것과는 동떨어진 듯한 카메라 설정과 상황 설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소’를 연발하게 만든다.
영화감독인 구경남(김태우)은 영화제 심사위원을 하기 위해 제천을 찾는다. 하지만 심사는 뒷전이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기에 바쁘다. 그 곳에서 예전 알고 지내던 후배를 만난 경남은 후배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뜻하지 않게 파렴치한으로 몰리면서 쫓기듯 제천을 떠난다.
이주일이 지나서 특강을 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은 경남은 그곳에서 화가인 학교 선배를 만나 그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대학시절 구혼했다가 거절당한 고순(고현정)을 만난 그는 옛 추억에 다시 그녀를 붙잡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랑 이라는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고순은 그에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지 마요. 사람 맘 하나 잡기가 정말 힘들죠”라고 말하며 떠난다. -
- ▲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 뉴데일리
주인공 ‘구경남’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일상을 가까이 보여주면서도 마치 구경꾼과 같은 거리를 유지한다. 구경남은 제천과 제주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정작 자신은 그들의 일상에 ‘구경꾼’일 뿐이다. 그는 그들의 일상에 이상하게 꼬여버리지만 자신의 일상과 융화되지는 못한다.
직설적이고 깐깐한 제천영화제의 공팀장(엄지원), 겉으로는 인기관리에 철저하지만 속으로는 욕심 가득한 고국장(유준상), 순박한 동네 청년 조씨(하정우) 등 인기배우들이 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열연한 덕분에 캐릭터의 힘이 더 빛난다. 일상에 대한 홍상수 감독의 유쾌한 시선이 돋보이는 영화. 영화는 5월 14일 개봉한다.





